핀테크 분야 규제가 여전히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부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은 국내보다 해외 핀테크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은 대주주 진입 장벽에 막혀 사업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인터넷은행특례법 이외에도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등 3000여개에 이르는 각종 규제가 또 다른 역차별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금융과 ICT 융합 활성화를 위해 국회가 조속히 인터넷은행특례법을 개정하고 관리·감독을 사후규제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금산·은산 분리 규제로 인해 대형 IT 기업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발 '오너 리스크'가 잊을 만 하면 불거지면서 사업 안정성을 저해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반면에 아시아 지역에서는 50여개 인터넷은행이 성업하고 있어 대조를 보인다.
최근 네이버는 기업집단 지정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검찰에 고발 조치 당했다. 기업집단 네이버의 동일인(총수)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2015년에 공시대상기업집단 등의 자료를 제출하면서 일부 계열회사를 누락한 것이다.
케이뱅크 모회사인 KT 역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대주주의 인터넷은행 참여 길이 막혔다. 2017년 문을 연 케이뱅크는 4년차에 접어들지만 자금 조달 문제로 예금·대출이 원활하게 이뤄진 건 고작 1년 남짓이다.
문제는 IT기업이 이처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이는 고스란히 금융 혼선으로 이어지고, 소비자와 투자자 피해로 전가된다. 과거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과도한 금융 규제로 국내 인터넷 은행 진출은 부정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포털업계 고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특례법을 조속히 개정해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심사하지 않는 사후관리 체제로 법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서슬 퍼런 금융 규제로 이들 대형 IT기업은 해외에서 금융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 동남아시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라인파이낸셜과 미즈호은행이 라인뱅크 준비법인 설립을 끝냈고, 대만·태국·인도네시아에서는 금융 사업을 본격화했다.
한국과 다르게 동남아 주요 국가들은 각종 금융 규제를 완화하면서 인터넷은행 진흥에 나섰다. 일본 10개, 홍콩 8개, 베트남 2개, 대만 3개, 태국 2개 등 인터넷은행 브랜드만 50여곳에서 성업을 이루고 있다.
핀테크 사업의 혁신 마중물이 될 인터넷은행특례법 개정을 놓고도 정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일각에서 인터넷은행특례법이 마치 'KT 특혜법'이라는 프레임을 걸고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단기간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최소 5년 이상 준비가 필요한 인프라 사업”이라면서 “국내 규제로 인해 투자 여력과 자격이 있는 소수 IT기업조차도 인터넷은행 사업에 소극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지난해 말 제3인터넷은행 추가 인가 시 참여 기업 부족으로 토스 컨소시엄 1곳만이 인가를 획득했다. 이에 반해 홍콩과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는 지난해 인터넷은행 인가가 문전성시를 이뤘다.
업계는 인터넷전문은행 육성 취지를 감안하면 ICT 기업이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입장벽을 우선 낮추고 대기업 사금고화 문제 등은 사후규제로 충분히 관리·감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IT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 사금고화 문제는 대주주 신용공여 전면금지, 법인 대출 금지 등 매우 강력한 사후 규제를 통해 관리가 가능하다”면서 “데이터 경제 활성화에 맞춰 금융과 ICT 융합 혁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각종 금융 규제를 조속히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표]인터넷은행의 금융 산업 효과 분석(자료-본지 취합)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