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 유·초·중·고 휴업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구 교사를 주축으로 17명의 교사가 합심해 학습 사이트를 열었다.
앞서 교육부가 전국 유·초·중·고 개학 연기를 발표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한 학사운영방안을 안내했지만 학부모는 물론 교사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 사태로 '패닉'에 빠졌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운영하는 에듀넷 등 다양한 교수학습 콘텐츠 사이트가 제공되지만 교육 현장의 혼선은 여전하다. 당장 신학기 초기 하루하루 어떤 콘텐츠로 수업을 해야 할지 교사가 직접 찾는 것도 막막한 일이다.
문제가 커지자 평소 교실에서 온라인과 클라우드를 활용해 온 교사들이 나섰다. 누구보다 상황을 심각하게 절감한 대구 교사들이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주 전부터 뜻을 모아 '학교가자닷컴'을 만들었다. 초등학교 학년별 일일 학습 분량이 짜여있다. 대구교사 12명과 서울·시흥·부천·포항·화순 교사가 합심했다.
교사들이 직접 나선 것은 그만큼 학교 현장의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온라인 콘텐츠가 아무리 많아도 온라인에 친숙하지 않은 교사로서는 활용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학기 개시 후 15일 이내 휴업을 할 때에는 수업일수를 감축하지 않아도 되며 온라인 학습방 개설을 통해 예습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EBS 등 학습사이트를 안내해 학습을 지원하라는 것이다. 이에 KERIS는 다양한 콘텐츠를 담은 여러 학습 사이트를 소개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 경험이 없는 교사들은 콘텐츠 사이트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당장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한다. 아직 학생을 만나지도 못한 신학기에 오프라인에서 공감대도 없이 화상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쉽지 않다. 교사들도 여기저기 물어보며 하루하루를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번 학습 공백 사태로 인해 디지털 격차가 여실히 드러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온라인 콘텐츠와 클라우드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소수의 교사들은 학습 공백에도 유연하게 대처하지만 그렇지 못한 교사가 대부분이다.
그동안 유·초·중고 학교 교실에서 온라인 콘텐츠가 소외됐던 만큼 학습 질의 차이는 현격하게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취약 계층은 급식 등뿐만 아니라 와이파이와 단말기 측면에서 온라인 인프라 접근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도 심각한 문제다.
신민철 대구 진월초 교사는 “긴급한 상황에서 모든 학생이 소외없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학생 1인이 하나의 단말기를 갖고 있을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면서 “평소 수업에서도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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