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초비상]초유의 개강연기…혼돈의 교육 현장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전국 대학교가 개강을 연기했다. 대학은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다중이용시설인 도서관도 폐쇄했다. 3일 경희대 중앙도서관에 출입 통제 안내가 붙어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전국 대학교가 개강을 연기했다. 대학은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다중이용시설인 도서관도 폐쇄했다. 3일 경희대 중앙도서관에 출입 통제 안내가 붙어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대학과 학생 모두 혼란에 빠졌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대학은 개강 연기 등 변경된 학사 일정, 재택 수업을 추진한다. 교육부도 대학에 2주간 개강 연기 후에도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지 않으면 등교수업을 하지 않고 원격수업, 과제물 활용수업 등 재택수업을 원칙으로 하라고 밝혔다.

현실은 녹록치 않다. 초유의 개강 연기에 일선 교육현장은 혼란의 연속이다.

대부분 대학이 온라인 강의와 화상 회의 등 재택수업과 감염병에 대한 인식과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종전에는 온라인 강의가 전체 강의의 20%를 넘기면 안 된다는 규제가 있었다. 코로나19 등 감염병 확산에 대처하는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도 없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강의와 감염병에 대한 교육현장의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혼란스러운 학사 일정

대학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1~4주 개강을 연기했다. 개강 날짜도, 종강 날짜도 제각각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수업일수를 1~2주 감축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학사일정 변동을 최대한 줄이고 단축된 학기 동안 강의별 이수시간을 충족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보충 강의 등 기존 학기와 다른 일정의 강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대학 수업일수는 매학년 30주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한 학기당 15주를 채워야 한다. 1학점당 15시간 수업시수도 지켜야 한다. 대교협 관계자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한 학기 수업일수로 15주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현재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1~2주 단축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대학은 최근 한달 사이 입학식, 졸업식 등 오프라인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성균관대, 광운대 등은 온라인으로 입학식을 시행했다. 한 신입생은 “기대했던 입학식, 오리엔테이션이 모두 취소되고 대학 강의마저 온라인으로 대체됐다”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지만 정상적인 학사 일정을 전혀 누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대부분 대학과 대학원이 개강을 연기하고 도서관 등 다중이용시설을 폐쇄하거나 이용을 제한했다. 대학원 실험실은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연구실험을 집에서 진행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내린 결론이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될 수 있는 '틈'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초비상]초유의 개강연기…혼돈의 교육 현장

◇온라인 강의 제대로 진행될까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최근 일부 대학이 대교협에 4주 연기 의견 수렴을 요청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온라인 강의 준비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수업 방식만 고수해 온 대학은 아직도 온라인 대응책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다. 교원들에게 온라인 강의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침만 내릴 뿐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은 대학이 많다.

교육부는 대교협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요청에 따라 재택수업의 구체적인 방식은 각 대학 여건에 맞게 교원·학생 의견을 수렴해 자율적으로 하도록 할 방침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인 만큼 온라인 강의 환경을 갖추지 못한 대학의 입장을 반영했다. 그동안 온라인 강의는 전체 강의의 20%를 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어 대부분 대학에서 활발하지 못했다. 사이버·방송통신대학 등 원격대학과 일반대학을 나누는 구분이 필요해 적용된 규정이 온라인 강의 활성화 발목을 잡았다.

현재 대학은 수천개 강의를 녹화하고 편집할 인프라와 인력이 없다. 소수 대학이 부랴부랴 촬영·편집 인력을 채용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강의 준비까지 마친다고 해도 서버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 대학 관계자는 “동시에 수천명이 접속하면 서버가 다운될 가능성도 있다”며 “지금까지 학생과 대학 모두 한번도 이런 상황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온라인 강의가 진행될지 사실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개강연기와 온라인 강의로 등록금 인하 요구 솔솔

대학이 1~2주 개강을 연기하고 원격수업으로 강의를 대체하면서 대학생은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학생이 지불한 등록금에 비해 온라인 강의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양질의 원격 수업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논의가 요구된다. 최근 온라인 강의는 에듀테크 발전에 힘입어 교수 강의를 단순히 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상에서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시공간 제약 극복은 물론 다양한 툴을 활용해 학생의 수업 참여율을 높인다. 조별 온라인 토론, 해외 온라인 프로젝트 수업, 실시간 의견 개진 등 새로운 형태의 수업 참여가 가능하다. 미래 교육 혁신 측면에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설립된 미네르바스쿨은 모든 수업을 온라인 화상 교육으로 진행한다. 2018년도 신입생 200여명 모집에 70개국 2만3000여명이 지원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매년 1~2%대 합격률을 유지할 정도로 경쟁률이 치열하다.

애리조나주립대는 인공지능(AI) 등 에듀테크를 적극 도입했다. GFA(Global Freshmen Academy) 과정은 대학 1학년 전 과정을 국내외 학생이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다. 정부 재정 지원을 줄였지만 학생 수는 지난 15년 동안 5만명이나 급증했다.

국내 수도권 소재 대학 총장은 “코로나19 사태는 분명 위기지만 이를 기회로 삼아 외국 대학처럼 활발한 온라인 교육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단순 지식 전달을 위한 온라인 강의에서 벗어나 진정한 에듀테크가 국내 대학에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교육과 함께 감염병에 대한 교육 현장 지침도 만들어서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