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방위 확산으로 공공조달 시장 참여 중소기업에도 각종 경영 애로가 발생하고 있다. 원부자재 수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납품 지연이 발생하는가 하면 방역물품을 중심으로 조달 수요가 폭증하는 등 각종 후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정부에서도 발빠르게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위축된 중소기업 경기 심리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특히 민수 시장 위축으로 인한 자금경색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
3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지난달 개최하려던 '라오스 베트남 연결철도 타당성 조사사업 사후지원 수행 PMC 용역'을 위한 입찰 설명회를 취소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평가 인력 등의 감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협상에 의해 이뤄지는 용역 조달 계약은 통상 제안서 마감 이전 입찰 설명회가 열린다. 입찰 희망자는 설명회 안팎으로 발주기관을 방문해 제안서와 관련한 사항을 논의한다.
엔지니어링업계 관계자는 “KOICA사업뿐만 아니라 정부 및 공공기관의 각종 사업 입찰 설명회가 연이어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세계 각국이 한국인 입국까지 막는 지경까지 상황이 번지니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전반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려움을 겪는 것은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한 공공조달 사업뿐만이 아니다. 건설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공사 중단과 공기 지연이 속출하고 있다. 공사 현장 확진자 수가 10명을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각종 중국산 건축 자재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국토부에서는 공공 건설현장에 확진자 또는 의심환자가 발생해 작업이 현저히 곤란할 경우 발주기관이 공사를 일시 중지하고 정지된 기간에 대해 계약기간 연장, 계약금액 증액 등이 이뤄지도록 지침을 배포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조달청도 상반기 공공부문 공사 사업에 대한 공급을 늘리고, 사업 지연에 따른 지체 배상금 부과를 면제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중소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중간재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콘크리트 등 중소기업이 공급하는 부문 역시 연달아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공공시장에서 아무리 공급을 늘리더라도 민수시장이 묶여버린 만큼 돈이 좀처럼 돌지 않는다. 공공부문에서라도 선급금을 지급해 자금이 원활히 융통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방역물품 조달 요청도 급증하는 추세다. 마스크, 손세정제(소독제), 방역용소독기 등 주요 방역물품뿐만 아니라 향균티슈, 무선휴대용분무기, 공기청정기, 열화상카메라 등 관련 물품 조달 구매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조달청은 마스크 등 주요 방역품에 대해서는 경쟁 및 평가 절차 없이 방역기관에서 신속하게 물품 구매를 가능하게끔 하고 공공 수요량과 공급량을 매일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기타 방역품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기초지자체 등에서는 아우성이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피해와 경기 위축이 소상공인에서 중소기업으로 급속하게 확산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달 25~26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가운데 70.3%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를 입고 있다. 앞서 4~5일에 실시한 1차 조사(34.4%)에 비해 약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급격한 매출 하락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대출은 물론이고 만기 도래한 대금의 연장도 어려운 것이 중소기업 현실”이라면서 “현장에서 원활하게 자금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추가경정예산안을 조속히 마련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