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율주행차 도입 준비 지수가 글로벌 13위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주행 네트워크 인프라와 연구·개발(R&D) 능력은 상위권에 해당하지만, 법규 등 정부의 규제 수준이 아직 높다는 지적이다.
회계·컨설팅 기업 KPMG가 자체 개발한 2019년 자율주행차 도입 준비 지수(AVRI: Autonomous Vehicles Readiness Index)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국가 25개 가운데 13위로 전년보다 3단계 하락했다. AVRI는 자율주행차 도입 준비도에 대한 정책과 입법, 기술과 혁신, 인프라, 소비자 수용성에 따라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다.
2년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한 네덜란드는 인프라와 소비자 수용성 부문에서 각각 1, 2위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2위 싱가포르는 자율주행차 테스트 합법화로 자율주행 미니버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소비자 수용성, 정책과 입법 분야에서 긍정 평가를 받았다. 4위에 오른 미국은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최고 수준의 기술 역량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은 자율주행 기술 혁신 수용 능력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한국은 2018년 10위에서 작년 13위로 3계단 후진했다. 정부 주도의 자율주행 파일럿 테스트와 파트너십, 전기차 충전소, 통신 환경, 특허 등 여러 항목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았으나, 정책과 입법에 대한 높은 규제 장벽으로 종합 순위는 25개 국가 중 중간 수준에 머물렀다.
KMPG는 글로벌 자율주행 선도 국가와 비교해 한국의 산업 규제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진단했다. 자율주행을 조건부로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에서 가이드라인만 제시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 관련 인식도 개선점으로 지목된다.
다만 최근 정부가 큰 틀에서 미래 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자율주행차 관련 법안도 전면 허용으로 바뀔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올해 규제혁신 추진 방향을 발표하면서 미래차 등에 선허용·후규제 방식의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도 자율주행차법 하위법령을 입법 예고했다. 자율주행 보험 제도를 완비하고 시범운행지구도 지정해 확산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자율주행차법 제정을 통해 일정 지역 내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여객·화물의 유상운송, 자동차 안전기준 등 규제특례를 부여하는 시범운행지구 지정과 운영 근거를 마련했다.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 관계자는 “자율주행 선도 국가는 신기술을 우선 수용하고, 향후 제도와 인식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자율주행 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금보다 느슨한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