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4 이동통신사 라쿠텐 모바일이 4월 8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파격 요금제로 이통 3사 시장점유율을 깨뜨릴지 관심이다. 신규 사업자 가세로 가격·서비스 경쟁이 촉발되면 국내에서도 제4 이통 논의가 재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라쿠텐 모바일은 3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서비스 출시 일정과 요금제를 발표했다.
라쿠텐 모바일은 지난해 10월부터 5000명 한정으로 무료 사용이 가능한 서포터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다. 4월 유료 서비스를 개시, 이통 시장에 가세한다.
요금제는 파격에 가깝다. 롱텀에벌루션(LTE) 음성통화·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월 2980엔(약 3만2560원)에 제공한다. 선착순 300만명은 1년 간 무료다.
월 7000엔(7만7420원) 안팎 요금으로 데이터를 무제한 또는 최대 60GB를 제공하는 KDDI, 소프트뱅크, NTT 도코모 대비 반값 수준이다. 5세대(5G) 서비스는 6월부터 시작하고 내년 3월 일본 전역으로 확대한다.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을 늘리겠다는 초강수다.
일본 이통 시장은 3사가 90%를 장악하고 있다. 자체 회선이 없는 알뜰폰사업자(MVNO)가 있지만 판세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이통사가 자회사를 통해 저가 시장에 진입, 가입자를 늘리는 형국이다. 라쿠텐 모바일은 이같은 상황에서 소비자 관심을 사로잡을 파격 요금제가 아니면 초반 안착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업자 간 요금 및 서비스 경쟁도 가열될 전망이다. 기존 3사가 가격 인하로 맞불을 놓으며 시장점유율 방어에 나설 가능성도 상당하다.
라쿠텐 모바일의 연착륙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TE, 5세대(5G) 통신 투자를 병행하며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지만 주파수 정책 등이 기존 사업자에 현저하게 유리한 상황이다. '실적 상승-투자' 선순환 구조를 조기에 만들지 못하면 고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라쿠텐 모바일 행보는 우리나라 이통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제4 이통 선정이 무위로 끝났지만 라쿠텐 모바일이 선전하면 도입 논의가 재연될 수 있다.
일본 이통사 간 경쟁으로 LTE에 이어 5G에서도 파격 요금제가 쏟아지면 국내 이통사의 요금 인하 압박은 거세질 수 밖에 없다. 기지국 등 장비 업체는 일본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라쿠텐 모바일이 2026년까지 6000억엔(6조6340억원) 규모 투자를 발표하는 등 국내 장비 업체의 이통 시장 진출 기회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제4 이통사 도입이 우리 현실에 맞지 않고 국내 이통 시장 규제가 과도하다는 의견을 뒷받침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따른다.
김연학 서강대 교수는 “라쿠텐 모바일 연착륙 여부는 한국 시장에도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지만 시장 규모가 우리보다 큰 일본 사례를 무조건 대입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면서 “라쿠텐 모바일 가세로 인한 경쟁 효과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우리 현실에 맞는 개선 방안을 찾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내달 서비스…'반값' 파격 요금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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