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실감콘텐츠 산업이 코로나19 사태로 휘청인다.
실감콘텐츠는 주로 실내 테마파크에서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등을 접촉해 즐기는 엔터테인먼트다. 전염병에 취약한데다 국내 업계 가장 큰 시장이 중국이라 이중고에 시달린다. 산업 생태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분간 정부 지원사업이 실감콘텐츠 산업 생명줄을 쥐게 됐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예정한 국내 실감콘텐츠 관련 민간사업과 투자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미뤄졌다. 이달 열리기로 한 부산탁구세계선수권 대회는 6월로 연기됐다. 이 행사는 국내 실감콘텐츠 중소기업이 VR, 3D중계를 담당할 계획이었다. 대회가 연기되며 실감콘텐츠 중계가 예정대로 이루어질지 미지수다.
5G 콘텐츠 행사도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통신사가 주도하는 5G 실감 콘텐츠 행사는 올 상반기 연이어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기약이 없이 미뤄졌다. 통신사와 파트너를 맺은 중소기업은 속앓이 중이다.
정부지원 사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보통신평가기획원(IITP) 이달 초부터 9일까지 예정한 실감콘텐츠 R&D 지원사업 선정평가를 미뤘다. 해당사업에 참가한 회사 관계자는 “현재 시기에 대면 발표와 만남이 부담스럽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중국시장이 막힌 것은 가장 큰 악재다. VR 콘텐츠와 촬영장비를 공급하는 중견업체 A사는 상반기 중국 행사와 파트너 계약을 5개 이상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중국행 자체가 막히며 비즈니스 기회를 잃었다.
A사 관계자는 “장비제작 공장도 중국에 있어 주문이 들어와도 제품을 공급할 수 없는 실정”이라면서 “이대로 가면 상반기 내 사업을 접는 곳이 속출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감콘텐츠를 주제로 한 도심형 테마파크는 역시 사정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도심형테마파크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방문객이 확 줄어든 것을 체감한다”면서 “소규모 매장부터 개점휴업을 하는 곳이 늘어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사업이 조기에 시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연구개발(R&D), 비(非)R&D를 포함해 올해 약 1900억원을 실감콘텐츠 산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VR업체 관계자는 “민간 비즈니스만으로는 중소형 이상 기업도 사업 유지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정부지원만이 실감콘텐츠 생태계 불씨를 살려 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일부 사업 진행이 부득이 미뤄지긴 했지만 2분기 내 모두 자금 투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일부 일정이 미뤄지긴 했지만 당초 계획대로 4월 중 사업자 선정 등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면서 “상황에 따라 바로 자금지원이 가능한 비R&D 분야 추경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