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양자 산업 육성을 위해 투자와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뒤처지고 있다. 주요국과 기술 격차가 커지고 있지만 이를 만회할 대응 방안도 전무한 실정이다. 투자 확대와 산업 육성 근거를 담은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4일 '미국 양자연구집중지원법 제정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양자 관련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양자 기술은 기존 암호체계를 무력화시킬 정도로 컴퓨팅 연산 속도를 증가시키는 동시에 해킹이 어려워 산업 안보에 직결된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이 정부 주도로 연구개발(R&D),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상·하원 압도적 지지로 '양자연구집중지원법'을 통과시켰다. 양자 연구 관련 대통령 직속 기관을 신설하고 대통령에게 향후 10년간 '양자연구 집중지원 프로그램'을 수립할 의무를 부여했다. 정부는 초기 5년간 12억달러(1조4600억원)를 양자 연구에 투자하고 산·학·연·관 협력, 인력 양성, 기술이전 및 표준화 제고 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중국은 '국가 중장기 과학기술 발전 계획' 국가전략 6대 분야 중 하나로 양자 연구를 선정, 연간 17억1700만위안(2970억원)을 투자한다.
유럽은 국가별로 진행해 온 양자 연구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프로그램을 도입, 2018년부터 10 년간 10억유로(1조318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일본, 영국 등도 유사한 규모 투자 계획을 수립, 관련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같은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양자정보통신 테스트베드 예산 100억원 증액(안)을 의결했지만 기획재정부 반대로 올해 예산에 담지 못했다.
앞서 2017년 1월 이은권 의원이 '양자정보통신기술 개발 및 산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지금까지 상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2019년부터 5년간 총 445억원을 양자컴퓨팅 핵심기술 확보 및 연구생태계 조성에 투자할 계획을 수립했지만 주요국 투자 규모에 비추어 보았을 때 미미한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양자 기술 경쟁력은 지속 하락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ICT 기술수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양자 관련 기술 수준은 미국 대비 양자컴퓨터는 3년, 양자통신은 2년, 양자 소자〃부품〃센서는 2.7년 뒤져 있다. 26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중 가장 격차가 크다.
입법조사처는 신규 법률 제정 방안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기본법'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기존 법률 개정 방안도 검토해 양자 연구 환경 구축에 적합한 입법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소영 입법조사관은 “미래 산업·안보 관점에서 양자 기술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각국이 양자 연구 지원 정책을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면서 “안정적 투자, 산업, 정부 등 각 주체 간 협력이 가능한 양자 연구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입법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선진국과 기술격차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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