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서울시에 공공와이파이 사업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 와이파이6 칩셋 공급과 개발 일정이 일부 외국계 대기업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중소기업은 대기업 참여 제한을 요청하는 등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가 개최한 '공공와이파이 무선공유기(AP) 제조업체 실무회의'를 계기로 사업 일정과 기술 방식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는 와이파이 속도와 품질을 고려해 기가급 속도가 가능한 최신 와이파이6 기술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또는 다음 달 초까지 AP기술검증(BMT)을 완료, 5월 사업자를 선정해 8월까지 1차 사업 4500개 AP 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AP 총 1만6000개 이상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 중견·중소기업은 강력히 이의를 제기했다. 기술 개발과 시장 현황을 감안할 때 서울시가 제시한 일정을 맞추기 어렵고, 외국계 대기업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와이파이6는 시스코, 아루바 등 글로벌 기업 실내AP 장비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상용화됐다. 국내에는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을 포함해 옥외용 와이파이6 AP 제품이 상용화되지 않았거나 한두 개 소수 제품만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서울시 계획을 맞추려면 국내 중견·중소기업이 참여 기회를 차단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퀄컴 등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최신 와이파이6 칩셋을 공급받아 사업에 참여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지만 하반기에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와이파이AP는 중소기업도 충분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서울시가 예정된 일정을 늦추고 공정한 기회를 주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와이파이6는 국제표준화기구(IEEE)에서 정식 표준화가 완료된 상태가 아니다”라면서 “제품 안정성 등과 관련해 공식 인증체계도 완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시가 충분한 기술 검증 시간을 갖지 않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소기업은 외국계 기업 독주를 차단하기 위해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도입,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C사 관계자는 “대기업이 사업을 수주하더라도 결국 중소기업이 하도급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면서 “대규모 공공사업으로, 서울시 결정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기업 참여 제한을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다만, 국내 중소기업 D사와 E사는 와이파이6 AP 개발을 완료했다며 서울시 일정대로 추진해도 문제 없이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서울시는 다양한 변수와 중소기업 입장을 고려하겠지만 일정 변경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10월 사업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했고, 통신기본권 확대라는 명분을 고려할 때 사업 추진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특정 기업 독식 우려와 관련해서는 BMT를 최대한 투명·공정하게 진행하도록 온라인 생중계까지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와이파이6는 표준화가 97% 이상 완료된 기술로 다수 제품이 상용화됐다”면서 “시민과의 약속인 만큼 특정 업체의 기술 개발을 기다리기 어려우며, 2·3차 사업을 통해 기회를 지속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vs 서울시, 공공와이파이 입장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