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올해 1학기에 한해 온라인 강의 대체 시 오프라인 강의 1시간에 25분 이상 분량의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는 원격강의 기준을 없앤다. 대학은 자율적으로 온라인 강의를 할 수 있지만 최소한의 기준이 사라진 만큼 수업 질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 강의에 관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 에듀테크 활성화를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교육부는 △콘텐츠 진행 시간 기준 삭제(현행 1시간 수업에 25분 이상)와 콘텐츠 수업 시간 및 구성 기준 등 대학 자체적으로 마련 △온라인 강의 20% 규제 적용 배제 △대리 출석 차단 시스템 기준, 시설·설비 기준 등 적용 유예 내용이 담긴 '2020학년도 1학기 적용 원격 수업 기준 주요 내용' 공문을 각 대학에 발송했다.
교육부는 온라인 강의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대학 상황을 반영해 원격 수업 기준을 완화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학은 개강 후에도 온라인 강의를 해야 하지만 준비된 곳은 드문 실정이다.
종전까지 대학은 1시간짜리 오프라인 강의는 25분 이상 온라인 동영상으로 제작해야 했다.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원격수업의 강의 콘텐츠는 회당 콘텐츠 진행(재생) 시간이 25분 이상(1학점 기준) 되도록 제작해야 한다.
올해 1학기 한시적으로 해당 기준이 없어지면 대학은 시간 분량을 채우지 않고도 온라인 강의를 제작할 수 있다. 대학의 자율성이 높아지지만 동시에 온라인 강의 질 저하 우려도 있다.
지금까지 녹화를 진행한 다수 대학에서 3시간 강의는 대부분 최소 시간인 75분에 맞춰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이마저도 지키지 않을 공산이 크다. 대학 관계자는 “최소 기준도 사라진 만큼 교수가 10분짜리 동영상을 올려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면서 “온라인 강의 제작에 서툰 교수가 많은 만큼 온라인 강의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향후 온라인 강의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이번 기회에 대학 내 에듀테크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광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이사는 “시간당 25분 규정이 만들어진 지도 10년 가까이 됐다”면서 “단순히 러닝타임에 대한 규제보다는 학습량 설계를 반영하는 등 온라인 교육 개혁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네르바스쿨 등 해외 대학은 온라인 강의를 적극 도입하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미네르바스쿨은 단순히 강의 영상을 보여 주는 식의 일방적인 온라인 강의를 하지 않는다. 모든 학생과 교수가 얼굴을 보면서 참여하는 창의적인 온라인 강의다.
반면 국내 대학의 온라인 강의 비중은 1%가 되지 않는다. 한국대학교수협의회가 중국인 유학생이 1000명 이상인 17개 대학의 온라인 동영상 강의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 대학의 지난해 전체 강의 대비 온라인 강의 비중은 대부분 1% 미만이었다. 온라인 강의 비중이 2%가 넘은 대학은 건국대(4.66%), 성균관대(2.23%), 홍익대(2.01%) 3개 대학뿐이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김정희기자 공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