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기청정기가 단일 가전제품 최초로 400만대 시장에 도전한다. 미세먼지로 인해 공기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코로나19 영향까지 더해져 공기청정기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을 합친 에어가전 판매량도 역대 최고 기록이 예상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4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공기청정기는 시장조사업체의 판매량 집계가 없지만, 업계는 지난해 판매량이 350만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단일 가전 최다 판매량이다.
공기청정기는 최근 수년간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급성장했다.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규모는 2017년 140만대에서 2018년 250만대로 성장했고, 지난해는 350만대로 성장했다. 지난해 처음 에어컨과 TV를 제치고, 가전 제품 첫 300만대 판매를 넘어섰다. 이전까지는 에어컨이 약 250만대로 가장 많이 판매된 가전이었다.
지난해 공기청정기 판매량 급증에는 공공 보급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미세먼지 문제가 극심해지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어린이와 노인 등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공기청정기 공공보급 사업을 펼쳤다. 지자체들이 매년 공기청정기 보급 예산을 반영하고 있어 공공보급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의 사용패턴 변화도 판매량 증가로 연결됐다. 기존에는 한 집에 한 대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거실이나 방마다 설치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기청정기는 방마다 사용하는 '방청기'로 거듭나고 있다”면서 “공기청정 성능과 효율 등을 감안할 때 가정에서는 대형 공기청정기 한대를 사용하는 것보다, 공간에 맞는 중형 제품 여러대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도 공기청정기 구매량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1~2월 주요 유통업체에서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공기청정기를 통해 공기 정화와 살균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일부 공기청정기 유통 업체들이 코로나19 예방효과가 있다고 광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기청정기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걸러주는 것은 검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한국소비자원은 “코로나19를 잡는 공기청정기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코로나19를 걸러주는 공기청정기술 인증사례는 없다”고 공지했다.
한편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을 합친 에어가전 판매량도 올해 최고 기록이 기대된다. 에어가전 판매량은 지난해 공기청정기 350만대와 에어컨 250만대를 합쳐 600만대에 달했다. 올해 공기청정기가 최대 400만대를 기록하고, 에어컨은 지난해와 비슷한 250만대 내외를 기록하면 650만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컨은 냉방은 기본이고, 공기청정, 가습, 제습, 난방 등 다양한 기능을 더하면서 4계절 가전으로 활용도가 높아졌다. 기상청 날씨 전망도 에어컨 판매 확대 전망에 힘을 싣는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 날씨 전망은 예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 공기청정기 판매량 전망(단위:만대)
자료:업계 추산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