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바이러스 1호 전파자인 베스는 홍콩 출장에서 복귀한 이후 발작을 일으키며 사망한다. 바이러스는 그가 접촉한 자녀를 비롯해 삽시간에 미국 전역에 퍼지며 수천명이 사망하는 사태에 이른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학 조사 끝에 베스가 1호 전파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베스의 남편인 미치는 격리된다. 의료진은 백신 개발을 위해 사투를 벌인다.
영화 컨테이젼은 일반적인 전염병 영화 전개를 따르면서도 관객을 속 터지게 하는 악역을 등장시켜 극적인 흥미를 더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프리랜서 기자인 앨런은 바이러스에 대한 가짜뉴스를 퍼뜨린다. 정부가 일부러 바이러스를 개발했다거나 개나리 추출액으로 전염병을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CDC의 치버 박사는 “당신이 퍼뜨리는 루머가 질병보다 휠씬 위험하다”고 일갈하며 반발하자 앨런은 치버 박사의 뒤를 캐 곤경에 빠뜨리고, 사람들이 자신의 가짜뉴스를 믿게 한다. 메시지를 공격하지 못할 때는 메신저를 공격하는 수법이다.
실제로 전염병과 관련한 거짓 정보가 전염병처럼 확산되는 '인포데믹'의 폐해가 잘 드러난다.
앨런의 거짓 선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하게 퍼진다. 가짜뉴스를 믿는 국민이 많아지면서 사회에는 불안과 공포가 확산된다. 국민이 정부와 CDC를 믿지 못하게 되면서 치버 박사와 같은 전문가의 해결책이 가짜뉴스에 밀려 신뢰를 잃어간다. 결국 과학적 방법론에 근거해 백신을 개발하고, 환자를 구하는 시간이 늦어질 뿐이다.
코로나19 극복에 사활을 걸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코로나19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거짓 정보가 SNS에 범람한다. 여야 정치인은 전문가와 보건당국을 믿지 않고 정치 이해 득실에 따라 상대방만 탓하며 효과적인 해결 방안을 찾는 일은 뒷전이다. 불필요한 논쟁이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코로나19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공개가 중요하다. 영화에서는 초반 역학조사 과정에서 투명하지 못한 정보로 초기 혼선을 확산시킨다.
무엇보다 전염병을 이겨내기 위해 오롯이 믿어야 할 대상은 전문가와 과학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011년 개봉한 컨테이젼은 세계적인 혼란을 초래한 코로나19 사태를 가장 정확하게 예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이러스의 생성 원인을 되짚은 역순 구조 스토리의 영화 결말 부분에서 그 이유가 드러난다. 제작진은 CDC에 자문을 구하는 등 사실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잊지 않았다. '가짜뉴스가 질병보다 위험하다'는 일갈은 사실성이 충분하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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