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열어갈 미래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을 뛰어넘게 됩니다.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간 정세나 패권에 영향을 끼칩니다. 거시적 관점에서 AI 가능성을 정확히 읽고, 이 흐름을 탈 수 있어야 합니다.”
이승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경제사회연구실 박사는 지난 10년 동안 미래사회를 전망하고 기술 진화방향을 예측해 온 학자다. 정보화 시대가 한창이던 1990년대 말 대기업 연구소에서 통신망기술을 연구하고, ETRI로 자리를 옮겨 10년 이상 정보보호시스템과 소프트웨어(SW)를 개발했다. 정보통신기술의 현장 경험이 기술적 관점에서 미래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 박사는 올해 초 그동안 연구 내용과 향후 인사이트를 담아 '2020년 AI 7대 트렌드' 보고서를 발표, 이목을 끌었다. AI 관련 주요 7개 트렌드를 통해 현재를 바로보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기술·사회 진화 방향에 대한 통찰력을 전달하기 위해 보고서를 만들었다”면서 “이를 통해 선제적이고 담대한 AI 대응 전략을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물론 AI는 굳이 그가 강조하지 않아도 모든 사회가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향후 영향력은 우리가 익히 아는 범주를 넘어서고 있다. 그가 보고서에 트렌드로 제시한 '증강 분석과 다크데이터' '연구개발(R&D) 혁신지능' '창작지능' 등을 통해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분석·창작하고,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박사는 “지금까지 AI는 인간처럼 보고, 듣고, 말하는 '인식지능' 차원에서 성과를 보였다면, 앞으로는 우리가 잘하지 못하는 분야에서 인간 능력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AI 발전은 국가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AI를 단순 기술관점으로 보지 말아야하는 이유다. 관련 내용인 '중국 AI' 'AI 내셔널리즘'도 주된 AI 7대 트렌드에 포함됐다.
“중국이 미국에 이어 또 다른 AI 강대국으로 거듭나고 있고, 세계 각국은 AI를 패권 경쟁 도구로 활용하고 있어 'AI 내셔널리즘'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미국과 중국 AI 패권에 맞서기 위해 AI 규제의 기본 틀을 제시한 'AI 백서'를 발표했을 정도입니다.”
이 박사는 “마치 과거에 석유나 원자력 기술이 국제 사회 패권에 큰 영향을 끼친 것처럼 지금은 AI 기술이 이런 지위에 오르게 됐다”면서 “우리나라도 보호와 견제, 협력을 통해 우리의 것을 세계에 넓혀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를 위해 우리가 힘써 개척해야 할 분야로 'AI 호문쿨루스', AI 기반 새로운 '컴퓨팅 폼팩터'를 꼽았다. AI 호문쿨루스는 현실세계와 상호작용하는 AI 알고리즘을 표현한 것이다. 컴퓨팅 폼팩터는 AI 반도체 기반의 새로운 연산장치(HW)를 일컫는다.
이 박사는 “AI 기술은 그동안 큰 발전을 이뤘지만, 이를 HW로 현실화하는 분야는 갈 길이 멀다”면서 “우리가 여기에서 큰 성과를 이룬다면 세계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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