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게임 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불법행위이지만 높은 등급에 오르길 원하는 게이머 심리를 이용해 영업을 계속한다. 최근에는 강의로 포장해 불법이 아니라고 홍보하며 이용자를 유혹한다.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대리게임 업체가 조직화, 대형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리게임은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하지 않고 제3자에게 계정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게임 캐릭터 레벨, 랭크 등을 올리는 행위를 뜻한다. 탭스, 토익 대리시험과 유사하다.
본래 대리게임은 지인 간 알음알음 해왔다. 프로게이머 출신이나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지망생, 연습생이 금전적 이득이나 친분을 얻으려고 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현재는 조직으로 움직이는 업체가 '대리랭크게임(대리랭)'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남들보다 높은 등급이 되길 원하는 게이머 심리를 이용한다. 게임 내 등급이 곧 계급장이기 때문에 게이머는 업체를 이용한다. 왜곡된 성취감과 우월감, 정복감을 자극한다. 원초적인 감정이라 근절이 쉽지 않다.
라이엇게임즈코리아가 올해 1월까지 345차례 대리게임을 적발해 자체 처벌했음에도 대리랭은 계속 진행 중이다.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롤)'에서 대리랭이 심하다.
대리랭 업자는 “하루 30건가량 작업을 하고 있다”며 “상담 시 안내하는 내용만 숙지한다면 정지확률은 0%”라고 말했다.
트롤(고의로 패배 하려는 이용자)을 만나고 싶지 않은 심리도 반영된다. '내 실력은 여기 있을 게 아닌데 트롤 때문에 브실골을 벗어나지 못한다'라는 생각이다.
롤은 한 판에 20~40분 정도가 소요된다. 패배할 경우 시간적, 정신적 손해가 크다. 팀원 실수나 패배에 민감하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거나 비난을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수십만원을 들여 대리게임을 해서라도 등급을 올리려 한다. 롤은 최하등급인 아이언부터 브론즈, 실버, 골드, 플레티넘, 다이아몬드, 마스터, 챌린저 등급이 존재한다. 승리가 누적되면 상위 등급으로 올라간다. 아이언에서는 1승에 6000원가량한다. 다이아몬드에서는 1만5000원 내외로 책정된다.
업체는 이용자 욕구를 반영해 배치고사, 승급전 특별 상품도 갖출 정도로 세심하게 운영한다. 배치고사는 시즌 첫 랭크 게임 10게임으로 등급이 정해지는 기간이다. 일단 등급에 배치되면 해당 등급에서 시즌 끝을 맞을 확률이 높아 많은 이용자가 배치고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플레티넘 등급 배치를 받으려면 1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대부분 자신 실력보다 높은 등급이기 때문에 떨어지면 다시 업체를 찾는다.
최근에는 '강의'로 포장한 듀오버스가 유행이다. 두 배가량 비싸지만 불법 여지가 없다고 홍보한다. 듀오는 두 명이 한팀에 확정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팀을 짜 큐(게임 매칭)를 돌리는 행위다. 버스는 실력이 뛰어난 이용자가 그렇지 않은 이용자와 함께 플레이하는 것을 말한다.
대리게임은 게임 내 문제만이 아니다.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다. 팀 게임에서 업자가 포함돼 있으면 월등한 실력차로 게임 균형이 무너진다. 공정한 경쟁, 정상적인 게임 운영이 방해받는다. 밸런스와 운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혀 게임을 붕괴시킬 수 있다.
국내는 작년 6월부터 대리게임이 불법으로 규정됐다. 대리게임업자, 광고(용역알선)와 같이 대리를 통해 이윤 창출을 하는 사람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민원 신고와 게임사 및 위원회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대리게임업을 판별해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를 맡긴다.
대리게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이동섭 미래통합당 의원은 “대리게임은 한낱 게임 문제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게임 불균형을 초래하고 이용자에게 박탈감을 줘 게임 생태계를 파괴하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