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원격 강의로 수업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실습 강의가 필수인 전문대에 비상이 걸렸다. 실습 위주 수업은 온라인 강의로의 대체가 어려워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뚜렷한 대안이 없다. 일정 시간 이상 실습을 해야만 국가 자격증이 나오는 학과는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는 다수의 전문대가 실습 강의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히자 전국 123개 전문대를 대상으로 '긴급 코로나19 관련 국가자격 및 면허의 현장실습 현황 조사'를 시행했다고 15일 밝혔다.
전문대교협은 조사 결과 유아교육학과, 간호학과, 물리치료학과 등 약 15개 전공이 이번 사태가 지속되면 국가 자격증을 발급 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병원, 어린이집, 유치원 등 실습 기관 대부분이 코로나19로 외부인 출입을 막기 때문에 전문대 학생의 현장실습 자체가 불가능하다.
전문대교협은 상황이 심각한 만큼 실습 시간에 대해 이번 주 안에 교육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전문대교협은 실습 시간 축소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대교협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언제 잠잠해질지 모르기 때문에 이대로는 10여개에 이르는 학과 학생들의 국가 자격증 발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교육부에 이 같은 특수 상황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간호학과 학생은 졸업 전까지 의료기관에서 1000시간 이상을 실습해야 국가 간호사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얻는다. 보통 3학년부터 병원 실습을 나가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학생 상당수가 응시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대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병원 실습이 전면 중단돼 실습 시간을 못 채운 학생이 약 20% 된다”면서 “이들 학생이 계속 실습을 할 수 있도록 병원과 논의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몰라 병원 측도 뚜렷한 답을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개강 연기로 여름 방학 기간이 줄어든 것도 전문대에 타격을 주고 있다. 대부분 대학이 개강을 2~3주 늦췄기 때문에 여름 방학은 한 달밖에 되지 않는다. 다수의 전문대가 방학 기간에 기업과 현장 실습을 한 달 이상 해 왔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교육 기간이 줄어든 만큼 학생을 받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다른 전문대 관계자는 “그동안 학생들이 여름 방학에 최소 한 달 동안 기업 현장실습을 나갔지만 올해는 개강 연기로 여름 방학이 짧아질 것”이라면서 “실무를 가르칠 시간이 부족한 기업이 학생을 받아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