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5>코로나19가 공공데이터 빗장을 풀었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5>코로나19가 공공데이터 빗장을 풀었다

“마스크 사기 어려워요.” 약국 몇 곳을 방문하고도 빈손으로 돌아온 할아버지는 큰 실패를 경험한 표정이다. 손주 건강을 위해 마스크를 구하려는 노력이 허사가 됐기 때문이다. 다른 약국에 갔으면 성공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우울해 있을 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면 마스크 판매 장소를 검색할 수 있다는 발표에 희망이 생겼다. 노약자 우선 판매 제도까지 시행해서 줄서기를 피할 수 있게 됐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어디서 마스크를 판매하는지만 알아도 한층 편할 것 같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5>코로나19가 공공데이터 빗장을 풀었다

마스크 대란 해소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주부터 공공데이터(공공기관이 생성·관리하는 자료)를 개발자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적 마스크 판매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건강심사평가원의 판매처·입고시간·판매 정보를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약국 주소와 결합해 제공하면 민간기업이 앱을 개발해 국민에게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이번 조치는 관리와 통제로 일관된 정부 행정이 민간을 지원하는 민·관 협력 모델로 변신한 모습이어서 더욱 신선하다.

사실 정부는 2013년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과 공공데이터 포털 개설 등 노력에도 정책 소극 전개와 홍보 부족 때문에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마스크 앱 데이터 제공을 계기로 공공데이터 활용이 보편화돼 산업·경제·사회에 크게 기여하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의료진·자원봉사자의 헌신과 더불어 환영받을 만한 정책이다.

'데이터 없는 데이터 중심국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정부는 이번 정책 수립 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서비스 창출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부처 간 이견, 관련자 간 이해 충돌, 인증제도와 같은 산재한 규제 등을 경험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항상 경험하는 불편이다. 이번 기회에 분산 기능 통합과 규제 혁신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해결해야 한다. 또 개인정보 유출이 이유가 되지 않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단순한 데이터 제공 수준을 넘어 연관 데이터를 결합한 형태로 만들고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를 제공하면 기업들은 손쉽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중복 규제를 최소화하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시행돼 다행이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5>코로나19가 공공데이터 빗장을 풀었다

시장의 자정 기능도 중요하다. 마스크 정보 웹과 앱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20개 이상이 출시됐다. 정보 부정확 등 소소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다. 그러나 봇물이 터진 듯 데이터와 개발 편리성으로 인해 개발자 난립과 소비자 피해가 예상된다. 그럴수록 정부 개입을 자제하고 시장의 자정 능력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해결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공공데이터 활용의 빗장을 연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에 축적된 정보 기반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면 기업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이용한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개발해 학습 효과를 훨씬 높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교육, 의료, 교통, 행정, 금융, 복지 등 정부가 생성·관리하는 모든 공공데이터를 개방함으로써 산업이 진흥되고 국민 편의가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데이터는 쌓아 놓기만 하면 쓰레기더미에 불과하지만 서비스로 전환되면 황금알을 낳은 거위가 될 수 있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5>코로나19가 공공데이터 빗장을 풀었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