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스타트업 근심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는 경제 활동 절벽이라 표현할 만큼의 사태로, 통상 범주에서 예측하거나 관리하기 어려운 위험이다. 어렵게 창업했는데 별다른 기회 한 번 얻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하는 회사들이 많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국제적 경기 위축 상황에서도 기업 간 온도 차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단순히 수익성 내지 효율성 관점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회사와 위험 관리 요인을 함께 고려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회사 간 현격한 격차가 있는 듯하다.
일례로 판매 방식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위험 관리는 중요한 고려 요인이다. 백화점과 대형 체인점이 동일한 물건을 판매하지만 영업 방식이 전혀 다른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백화점과 체인점이 처한 상이한 상황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백화점은 이름대로 백 가지 품목을 넘어 수만 가지 품목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가전, 의류, 신발, 식료품, 가구, 악기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취급한다.
체인점은 다르다. 가전제품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체인점, 의류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체인점, 이밖에도 구두 체인점, 화장품 체인점 등 특정 품목만을 전문 취급한다.
또 다른 차이점은 백화점보다 체인점 매장 수가 비교가 안될 만큼 많다는 사실이다. 통상적으로 백화점은 시내 곳곳 중심가를 중심으로 소수 매장만을 운영한다. 체인점은 시내 중심가를 비롯해 교외 지역 곳곳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상에서 언급한 차이점으로 특정 품목만을 다수 매장에서 판매하는 체인점은 재고 부담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전국으로 여러 지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지점에서 판매가 저조한 물건은 다른 지점으로 보내 판매를 도모할 수 있다.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더 싼 값에 물건을 팔아 재고를 소진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 좀처럼 팔리지 않는 상품은 해외 매장을 통해서도 소진할 수 있다. 백화점은 특정 국가를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하지만 자라, 유니클로 등이 세계적 체인망을 갖추는 데 관심이 많은 이유도 여러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목적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
반면에 백화점은 수많은 품목을 취급하기 때문에 모든 물건을 재고 없이 전부 판매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체인점과 달리 소수 몇몇 매장만을 운영하다 보니 재고가 남을 때 다른 지점으로 보내기도 어렵다. 백화점이 재고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다. 백화점이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점포를 입점 시킨 후 임대료 수익을 받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재고는 매장 책임이 되기 때문이다.
초기 백화점 사업 모델 중에는 직접 모든 매장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던 회사도 있다. 물론 이렇게 매장을 운영하면 더 높은 마진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수익만을 보고 백화점 운영 방식을 결정하면 재고 부담이라는 위험 요소를 떠안아야 된다. 그 뒤에 많은 백화점이 재고 부담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보다 유익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앞서 비교한 백화점과 체인점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창업 이후 수십 년간 살아남은 기업은 위험에 대비하는 나름대로의 방법론을 찾아가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어떻게 자신의 위험을 남에게 전가할 수 있는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사 이래 전개되어 온 수많은 사업 모델은 위험을 전가하고 회피하기 위한 고민 끝에 도출된 결과가 상당수다. 지금 수익성만을 기준으로 사업 모델을 구상하고 있는 예비 창업가가 있다면 소비 위축 또는 소비 절벽이 유발됐을 때는 어떻게 대응할지도 함께 고민하길 권하고 싶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