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의 출범과 양당의 비례후보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면서 여권의 표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례연합인 더불어시민당 참여로 중도층의 이탈이 걱정되는 상황에서 당 내부에서도 비례공천 관련 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가자!평화인권당은 비례후보 공천에 배제되면서 비례연합 탈퇴를 선언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례연합 참여 관련 민주당 내부 불만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앞서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에서는 명분을 문제 삼았지만, 지금은 진보진영의 표 결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민주당이 참여한 비례연합 더불어시민당이 24일 비례후보를 공천순번 확정을 앞두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더불어시민당은 23일 민주당의 후보들을 포함한 총 34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선정해 놓은 상태다.
가장 큰 우려는 더불어시민당이 정당투표에서 중도 진보진영의 표심을 대표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당초 계획은 민생당, 정의당까지 합류한 범진보 통합 연대였지만, 지금은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정치력을 행사하던 군소정당은 없는 상황이다. 출범 과정에서 당초 연대를 제안했던 정치개혁연합이 배제되는 등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부담이다. 그나마 연대에 함께해 온 가자!평화인권당도 공천 배제에 불만을 표하고 이날 탈퇴 및 독자 공천을 선언했다.
민주당 비례후보들이 뒤에 배치되는 공천순번에 대해서 여전히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소외됐던 군소정당의 정치 참여를 우선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굳이 모든 당 비례 후보들은 뒷순번에 배치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다. 민주당 비례후보들도 더불어시민당 관련 전면에 배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소정당의 시민사회 추천 후보 보다는 이미당 검증을 거친 비례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가장 큰 변수는 손혜원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이 창당한 '열린민주당'이다. 이해찬 당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열린민주당에) 합당을 제안했지만, 거절하고 독자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서는 더불어시민당에 민생당과 정의당이 불참한 것보다 열린민주당의 창당이 당에 더 직접적인 표분산을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더불어시민당 비례공천에 민주당 비례후보들이 후순위로 가게되면 대표성이 약해진다"며 "이렇게되면 오히려 열린민주당 쪽으로 표가 분산되는 경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시민당을 통한 비례연합 전략이 미래한국당보다 영향력이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미래한국당 역시 출범과정에서 이탈이 발생하고 비례후보 공천이 번복되는 등 내홍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보수진영 대표 비례정당 타이틀은 갖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더불어시민당은 준비기간도 짧고, 아직 진보진영 대표 비례정당으로 자리잡진 못했다는 분석이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더불어시민당 비례 공천 관련 당 안팍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민주당 입장에서는 더불어시민당이 검증 가능한 훌륭한 후보들을 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