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걸지 않은 실시간 양방향 영상 수업에 해커가 등장, 음란물을 튼다. EBS와 e학습터에 동시접속자가 몰려 사이트 접속에 어려움을 겪는다. 부실한 학내망으로 교사와 학생 간 대화가 끊겨 수업이 진행되지 않는다.
4월 9일 사상 첫 온라인 개학에서 일어날 수 있는 돌발 상황이다. 이 같은 우려가 확산되자 교육부가 원격수업 실천 수칙 10가지를 뒤늦게 제시했다.
많은 학생이 양방향 영상 수업과 온라인 교육 콘텐츠 접속을 위해 동시에 몰릴 경우 통신망 과부하로 인터넷이 끊길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개인정보 유출과 해킹 등도 방지하기 위한 대응이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온라인 개학 방침을 밝힌 후 한 주 동안 준비와 연습 시간이 있었지만 개학을 하루 앞두고서야 수칙을 전달, 뒤늦은 조치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미 많은 교사가 여러 교육자료를 제작해 학교 홈페이지나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렸지만 이제야 교육자료를 저화질인 SD(480p, 720×480)급 이하로 제작하라는 권고가 나왔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영상회의 애플리케이션(앱)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조차 없어 수칙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교육부가 '원활한 사용'을 위해 제시한 수칙은 접속 방법, 수업 운영 방법 등에 관한 것이다.
학생이 원격수업을 들을 때 되도록 이동통신망이 아닌 유·무선 인터넷망을 이용하도록 권했다. 5세대(5G) 통신 또는 롱텀에벌루션(LTE) 등 이통 데이터를 사용하면 요금 부담이 클 수 있고, 일정 용량 이후 품질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학습터와 EBS 온라인 클래스 등 학습 사이트는 미리 접속하도록 했다. 일시적인 접속 폭주로 인한 장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교사에게는 장애를 막기 위해 학교 여건에 따라 수업 시작 시간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교육자료는 SD급 이하로 제작할 것을 권했다.
중3과 고3 교사들은 이미 지난 한 주 동안 학교 회의를 거쳐 수업 시간표도 마무리하고 학생들에게 공지까지 마친 상황이다. 자료도 이미 제작, 공유한 교사가 많다.
교육 자료는 가급적 수업 전날(17시 이후 권장) 유선 인터넷과 와이파이를 이용해 업로드·다운로드하라고 했다.
교육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수칙도 내놓았다. 영상회의 방에는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링크를 비공개로 하라고 했다.
최근 '줌' 영상회의 보안 문제가 알려지면서 우려가 크다. 해외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 도중에 해커들이 접속, 음란영상물을 내보낸 일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 비전문가인 교사들은 이 같은 상황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교육부는 지난 7일에야 교사들에게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학생들이 모두 출석하면 회의실 닫기 기능을 사용하라고 권했다.
문제가 일자 줌은 보안 관련 패치를 완료했다. 과기정통부와 교육부는 보안패치가 완료된 줌을 교육에 사용해도 무리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개인정보 보호 등 보안이 취약한 영상회의 앱(웹)은 사용하지 않고, 보안패치를 한 후에 사용하도록 했다. 다만 어떤 앱이 보안에 취약한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관련 가이드라인은 과기정통부가 마련할 예정이다.
교사와 학생에게 컴퓨터, 스마트기기, 앱 등에 보안(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모르는 사람이 보낸 전자메일과 문자는 열어보지 않도록 했다. 수업 중에 선생님이나 친구들을 촬영하거나 무단으로 촬영한 영상 배포하지 않기 수칙도 포함했다.
수칙이 실제 문제 해결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는 인터넷 사이트 접속이 안 될 경우 반복해서 로그인을 시도하기보다 교사에게 상황을 알리고 잠시 후 다시 접속할 것을 권했다. 교사가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장애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얘기다.
교육부와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원격수업이 아무 불편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이 10가지 실천 수칙을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원격수업은 인터넷 사이트뿐만 아니라 아이피 티브이(IPTV), 케이블티브이, 위성방송 등 텔레비전을 이용해 청하고, 출결 점검은 밴드와 카카오톡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할 것을 권장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