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나 홀로 그대'는 로보트처럼 어색한 대사로 등장하는 배우 윤현민의 “제가 발표를 망칠까 봐 걱정되세요?”라는 한 마디로 시작한다.
드라마 초반부 인간형 인공지능(AI),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AI, 개인형 홀로그램 AI, 홀로글래스 프로토타입 등 정보통신기술(ICT) 용어가 쉴 새 없이 등장한다.
윤현민은 스마트글라스 '홀로글래스'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극중 지오랩이라는 기업이 개발한 개인형 홀로그램 AI '홀로'였다.
홀로는 홀로글래스를 착용한 사람 앞에만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의 형상을 한 AI 비서다. 안면인식 장애가 있는 주인공 소연(고성희 분)을 대신해 사람 얼굴을 보고 누구인지 알려주고, 지나가는 사람에 대한 정보도 띄워준다.
회사 서버에 저장된 복잡한 보고서 수십 편을 속독해 단 세 시간 만에 끝내는 저력도 보인다. '그냥'이라는 소연의 대답에 대한 말뜻을 궁금해하는 홀로그램 AI다.
홀로그램은 3차원 영상으로 된 입체사진이다. 실물과 똑같이 입체적으로 보인다. 홀로그램은 홀로그래피의 원리를 이용해 만들어진다. 홀로그래피는 레이저에서 나온 광선을 2개로 나눠 1개 빛은 직접 스크린을 비추게 하고 다른 1개 빛은 우리가 보려고 하는 물체에 비춘다.
직접 스크린을 비추는 빛을 기준광(Reference beam·참조광)이라 하고, 물체를 비추는 빛을 물체광(Object beam)이라고 한다. 물체광은 물체 각 표면에서 반사돼 나오는 빛이다. 물체 표면에 따라 스크린까지 거리, 위상차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변형되지 않은 기준광이 물체광과 간섭을 일으키며 간섭무늬가 스크린에 저장된다. 간섭무늬가 저장된 필름이 바로 홀로그램이다.
나 홀로 그대 속 홀로는 이러한 홀로그램 원리를 이용, 3차원 영상으로 홀로글래스를 착용한 소연 눈에 보인다. 홀로그램은 보통 신용카드에 붙어있는 것처럼 위조방지나 평면 정보를 한 점에 저장해 전체를 구현하는 저장매체로 활용한다.
홀로는 어떻게 사람과 대화하고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물을 소연에게 제공할까. 홀로는 단순한 홀로그램이 아닌 AI 기반 홀로그램이다. 한국어 자연어 처리를 완벽하게 배우고 기계(컴퓨터)가 AI를 갖췄는지 판별하는 실험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똑똑한 AI다.
또 연속적 영상을 재현하는 기술에 기반한다. 184㎝ 장신 홀로그램 AI가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말하고 듣고 이해한다.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서비스가 이뤄지는 게 틀림없다.
홀로그램, AI, 스마트글래스, 5G 등 신기술을 융·복합한 홀로그램 AI 비서가 우리 생활에 스며들 날이 곧 올 것 같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