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전산장애 발생...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 인식못해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증권사 전산시스템이 이를 인식하지 못해 장애가 발생했다.

키움증권은 21일 새벽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종목인 '미니 크루드 오일 5월물' 거래가 중단됐다. 마이너스 가격을 인지하지 못해 매매가 중단되면서 롤오버를 하지 못한 투자자가 발생했다. 롤오버를 하지 못하고 강제 청산이 이뤄지면서 손실을 입게 된 것이다.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등 다른 증권사는 전날 5월물을 청산해 유사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키움증권은 “투자자 피해 사항을 확인해 규정대로 보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5월 인도분 WTI가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고 공급이 넘치는데다 원유 저장고가 조만간 포화상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당분간 유가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WTI는 전 거래일 대비 305% 폭락한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21일 5월물 WTI 만기 교체(롤오버)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6월물을 대거 사들였고 교체를 포기한 대량 매도세까지 가세해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폭락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6월물 WTI는 20∼21달러 선을 형성하고 있다.

만기물 교체뿐 아니라 원유 수요 급감도 가격폭락 원인으로 꼽힌다. 주요 산유국들이 하루 970만배럴 감산에 합의했지만 공급 과잉을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루 2000만배럴 수준의 감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요가 없는데 공급이 넘치면서 원유 저장고도 조만간 포화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오클라호마 쿠싱지역 원유 재고가 연초에는 이 지역 최대 저장용량의 42% 수준이었는데 지난주 70%까지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유가 약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봤다. 저유가 흐름이 이어지면 미국 셰일업체를 중심으로 기업 신용 리스크가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추가감산이 필요하지만 주요 산유국이나 미국 셰일기업이 적극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원유가 저렴해도 저장 공간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어 당분간 유가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유가폭락은 셰일 업체를 중심으로 신용 리스크를 다시 높일 수 있다”며 “미국 정부가 정책지원을 하고 있지만 연쇄 부도 리스크를 막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7월물 27달러, 8월물 29달러 등 8월 이후 월물간 스프레드가 1달러 미만으로 안정세”라며 “경제 재개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는 원유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