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 '스페인 하숙'의 미술감독 윤상윤 개인전 '몸에 좋은 드로잉'

첫 개인전 '몸에 좋은 드로잉'의 윤상윤 감독
첫 개인전 '몸에 좋은 드로잉'의 윤상윤 감독

◇ 나영석 PD와 함께 한 '윤식당', '스페인 하숙'의 미술감독

해외에 나가기 전에는 무언가 아주 다른 시공간이 존재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작 비행기를 타고 지구상의 다른 나라에 도착하게 되면 사람 사는 곳 어디나 똑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다른 나라로의 로케이션 촬영이라는 것이 사실 그렇다.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광이라든지 우리와 다른 피부색과 머리카락 색을 가진 사람들이 배경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그곳이 어디인지 가늠하기조차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tvN의 예능 프로그램인 '윤식당'과 '스페인 하숙'을 보면서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이국적인 느낌을 괴리감 없이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현지의 먹거리나 관광지를 소개하면서 그곳의 모습을 화면에 그대로 담아낸다. 하지만 '윤식당'과 '스페인 하숙'은 현지의 식재료로 우리의 먹거리를 만들고 맛 보이는 다소 실험적인 콘셉트를 차용하였기에 눈길을 끌었다.

방송의 특성상 어느 한 가지가 뛰어나다고 하여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 언급한 시각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해당 프로그램 미술팀들의 역할이 중요했다는 것 정도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길리 제도의 섬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한 작은 섬에서 촬영을 진행했던 '윤식당'의 첫 시즌에서는 섭외된 장소가 촬영 1회 만에 철거되는 사건도 있었다. 촬영을 위한 세트로 꾸며졌던 해변가의 공간이 현지 정부의 개발사업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없어져 버린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두 번째로 물망에 올랐던 장소로 이동하여 촬영을 재개할 수 있었지만 미술팀의 입장에서는 한 달여라는 시간을 들여 만들었던 세트장이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같은 일을 다시 한번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했던 미술팀의 중심에 바로 '윤상윤' 미술감독이 있었다. 이후 윤식당의 두 번째 시즌과 스페인 하숙까지 나영석 PD의 해외 로케 프로그램에서 미술감독으로 활약해 왔다.

◇ 윤상윤 미술 감독의 첫 개인전 '몸에 좋은 드로잉'

윤상윤 감독의 첫 개인전 '몸에 좋은 드로잉'
윤상윤 감독의 첫 개인전 '몸에 좋은 드로잉'


윤상윤 미술감독은 한국 영화인 총 연합에서 주최하는 대종상 미술상을 받았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실 실제로 대면하기 전까지는 카리스마 넘치는 대장부 같은 이미지의 윤상윤 감독을 상상했었다.

하지만 직접 만난 윤상윤 감독은 수줍은 미소와 함께 지인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어린 시절 내 이야기를 다 들어주던 옆집의 착한 언니를 떠오르게 했다.

윤상윤 감독의 첫 개인전 '몸에 좋은 드로잉'
윤상윤 감독의 첫 개인전 '몸에 좋은 드로잉'

카페거리로 잘 알려진 삼청동 주민센터의 맞은편 뒷골목 어귀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 '과수원'에서 윤상윤 감독의 첫 개인전이 열린다는 소식에 갤러리를 찾았다.

카페와 바가 위치한 공간의 위 층에 마련된 작고 아담한 갤러리에 채워진 윤상윤 감독의 작품들은 그녀의 이미지처럼 소박하면서도 감각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누구의 몸에, 어떻게 좋은, 무슨 드로잉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윤상윤 감독의 개인전 '몸에 좋은 드로잉'은 동명의 작품들에서 가져온 타이틀이라고 했다. 거침없이 미끈하고 아름다운 곡선이 무한으로 반복되는 그녀의 작품 '몸에 좋은 드로잉'은 아르간 오일이 혼합된 오일 파스텔 기법이 사용되었다.

윤상윤 감독의 첫 개인전 '몸에 좋은 드로잉'
윤상윤 감독의 첫 개인전 '몸에 좋은 드로잉'

마치 그림에서 향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윤상윤 감독의 개인전에는 그 외에도 40여 점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작품의 주제도 기법도 다르기에 얼핏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모아 놓은 것처럼 보였지만 가까이에서 하나하나의 작품들을 살펴보니 윤상윤 감독 특유의 터치감과 시선이 느껴져 작품 하나하나의 정체성 안에서 통일감을 느낄 수 있었다.

윤상윤 감독의 첫 개인전 '몸에 좋은 드로잉'
윤상윤 감독의 첫 개인전 '몸에 좋은 드로잉'

사물의 한 부분으로 그 사물의 전체를 표현하는 제유법의 눈으로 작품들을 본다면 그 전체가 결국에는 '몸'이라는 대 주제를 담은 작은 조각들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몸'이라는 것은 비단 사람의 그것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 윤상윤은 동물이나 식물의 몸을 통해서도 느껴지는 감각들을 캔버스 위에 담아내었고 생물이 아닌 것들에 대한 감각 역시도 다루고 있다. 비생물의 감각이라는 것은 생물처럼 '몸'이라 부를 수는 없지만 오히려 직관적인 감상을 가능하게 한다.

윤상윤 감독의 첫 개인전 '몸에 좋은 드로잉'
윤상윤 감독의 첫 개인전 '몸에 좋은 드로잉'


'Organic Drawing'이라는 영문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미술감독이자 작가인 윤상윤의 개인전은 5월 24일까지 계속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누구나 무료로 감상이 가능하고 개인전이니 만큼 마음에 드는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도 열려있다. 공간 자체가 넓지 않기에 많은 사람들과의 접촉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기에도 적합한 윤상윤 작가의 개인전 '몸에 좋은 드로잉'.

따스한 5월의 어느 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한 사색의 장소로 찾아본다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