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서 수입차 업계의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수입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5.9% 성장한 가운데 이달부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4월 수입차 판매는 2만2945대로 전달에 이어 두 달 연속 2만대 이상을 유지했다. 비수기인 1분기에서 2분기로 넘어가면서 판매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 후 본격화된 글로벌 공장 셧다운 여파가 5월 말~6월 초부터 국내 시장에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대다수 수입차는 국내 판매 두 달 전 본사에 주문을 넣어 물량을 공급받는다.
지난달 16일 기준 글로벌 주요 13개 자동차 브랜드가 14개국에 운영 중인 공장 300곳 가운데 71%(213곳)가 셧다운 상태였다. 메르세데스-벤츠를 만드는 다임러는 10개국 공장 27곳 중 24곳이 멈췄고, 제너럴모터스(GM)는 8개국 공장 38곳 중 34곳이 문을 닫았다. 이달부터는 주력 공장을 중심으로 재가동하고 있지만, 실제 가동률은 여전히 절반 수준을 밑돌고 있다.
독일 수입차 브랜드 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공장 셧다운에도 4월까지는 국내 판매에 영향이 거의 없었지만, 이달 말부터는 판매할 물량이 많이 부족해진 게 사실이다”면서 “관련 부서가 본사와 물량 상황을 실시간 체크하며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수입차 시장 점유율 82.9%를 기록했던 유럽차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유럽차 브랜드는 대다수 차종을 유럽 현지에서 생산한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일부는 미국이나 남미에서 생산해 국내에 공급한다. 국가별로는 벤츠와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 70.9%, 재규어와 랜드로버, MINI 등 영국 5.5%, 볼보 등 스웨덴 4.9%, 푸조와 시트로엥 등 프랑스가 1.1% 순이다.
수입차 시장에서 두 번째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미국차도 직접 영향권이다. 쉐보레와 캐딜락, 포드, 링컨, 지프 등 미국차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11.6%에 달한다.
올해 전기차 시장 1위로 올라선 테슬라는 이미 공장 셧다운 직격탄을 맞았다. 테슬라는 모델3를 비롯한 전 모델을 미국 공장 한 곳에서 수급한다. 올해 1분기 국내에서 4075대를 판매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테슬라는 4월 판매량이 5대에 불과했다. 공장 셧다운으로 국내 물량에 적신호가 켜졌다.
테슬라코리아 관계자는 “계약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수요는 충분하지만, 현지 공장 셧다운 영향으로 지난달 출고가 급감했다”면서 “2분기 이후 출고 상황을 예측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악재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수입차 시장은 인증 지연과 물량 부족, 모델 노후화 등의 영향으로 2018년 대비 6.1% 감소한 24만478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