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아빠들이 세단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호한다. 주중에는 출퇴근용 데일리카,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패밀리카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볼보 플래그십 SUV 'XC90'은 아빠들이 드림카로 삼기에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잘생긴 디자인에 넉넉한 실내공간, 견고한 주행 품질을 보여준다. 첨단 안전 장비는 덤이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꾸준하다. XC90은 지난해 1416대가 판매되며 볼보자동차코리아 첫 연간 1만대 달성에 기여했고 올해도 4월까지 누적 판매 523대를 기록하며 아빠들의 드림카로 자리 잡았다.
볼보가 처음 XC90을 내놓은 건 2002년이다. 1세대 모델은 안전 노하우를 기반으로 높은 차체 형상에 따른 운전 속성 차이, 전복 위험 등 당시 SUV가 갖고 있던 단점을 보안하며 주목받았다. 2015년 등장한 2세대 모델은 브랜드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패밀리룩과 혁신 생산 전략 SPA 플랫폼, 최신 기술로 무장해 볼보의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핵심 차종이 됐다. 이번에 시승한 XC90은 지난해 9월 한 차례 상품성 개선을 거쳐 출시한 2세대 부분변경 모델이다.
차체는 플래그십 SUV답게 웅장하다. 몸집이 크고 견고해 보여 듬직하다. 차체 크기는 전장 4950㎜, 전폭 1960㎜, 전고 1770㎜로 도로 위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축간거리가 2984㎜로 실내도 여유롭다. 부분변경 모델의 외관상 변화는 크지 않다. 새로운 그릴 디자인 등 디테일을 높여 완성도를 강조했다.
전면 그릴은 프레임 사이즈를 확대하고 측면 윈도와 하부 도어 몰딩과 조화를 이루는 수직 크롬 바로 구성된 디자인을 채택했다. 여기에 3D 형태 아이언마크와 전면 카메라를 통합했다. 전후면 크롬 마감 처리된 범퍼와 통합형 루프레일, 듀얼 테일 파이프와 다이아몬드 컷 휠로 변화를 줬다.
실내는 스웨덴 특유의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적용했다. 대시보드와 센터콘솔 마감에 나뭇결이 살아있는 천연 리니어 월넛 소재를 적용해 우아하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직관적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9인치 터치 스크린 센서스를 비롯해 럭셔리카 수준의 오디오는 듣기 좋은 음색을 들려준다. 에어 서브우퍼 및 트위터를 포함해 총 19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바워스&윌킨스 오디오를 장착했다.
시승차는 7인승으로 시트를 독립적으로 구성해 어느 자리에 앉아도 편안하다. 인체공학적 설계를 거친 시트는 천연 나파 가죽으로 마감돼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다. 3열 시트는 어린이가 타기에 부족함 없는 공간이다. 3열에도 별도의 공조 시스템과 암레스트, 컵 홀더를 마련했다.
시동을 걸면 묵직한 엔진음을 들려준다. 시승차는 XC90 라인업 가운데 D5 AWD 인스크립션 트림이다. 배기량이 2.0ℓ에 불과한 4기통 디젤 엔진이지만 6기통처럼 부드러운 엔진음이 인상적이다. 최고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48.9㎏·m으로 육중한 덩치를 이끌기에 넉넉한 힘을 보유했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와 네 바퀴를 통해 고르게 전달되는 상시 사륜구동 방식을 조합했다.
가솔린 엔진보다 출력은 낮지만 토크가 높아 가속력이 뛰어나다. 두 개의 터보차저를 사용하는 트윈터보를 적용해 엔진 실사용 영역인 1750rpm부터 2250rpm까지 최대 토크를 뽑아낸다. 서스펜션은 앞 더블위시본 뒤 인테그랄 링크 리프 스프링 방식을 채택했다. 저속에서는 과속방지턱과 같은 요철을 잘 흡수하고, 고속에서는 차체를 흔들림 없이 잡아줘 안정감을 준다.
반자율주행도 매력적이다. 고속도로에서 버튼을 눌러 파일럿 어시스트 II를 활성화하면 앞 차와의 간격을 스스로 유지하며 최대 140㎞/h까지 달릴 수 있다. 장거리 주행에서 피로감을 줄이는 편리한 기능이다. 다만 차선이 끊기는 부분에서는 자동 해체돼 다소 불편했다.
첨단 인텔리세이프(IntelliSafe) 기술도 대거 탑재했다. 자동 제동 기능과 충돌 회피 시스템을 결합해 차량은 물론 자전거 주행자, 큰 동물과의 사고 위험까지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 시티 세이프티를 기본 적용했다. 도로 이탈 완화 기능과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기능,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도 갖췄다.
복합 연비는 10.9㎞/ℓ다. 실제 시승에서 도심에서는 꾸준히 9㎞/ℓ대를 유지했고 고속도로 정속 주행에서는 13㎞/ℓ까지 연비가 상승했다. 공차중량이 2160㎏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수치였다.
이날 시승한 XC90 D5 AWD 인스크립션 트림은 개별소비세 인하를 반영해 8917만원에 판매된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XC90은 동급 SUV 가운데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XC90 D5는 최근 SK엔카닷컴이 발표한 대형 SUV 잔존가치 조사에서 2년 연속 71% 이상 잔가율로 벤츠 GLE(62.5%), BMW X5(60.2%), 렉서스 RX450h(65.9%)을 제치고 가장 높은 잔존가치를 기록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