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통합환경관리 안착, '산업 녹색화'로 가는 길

[기고]통합환경관리 안착, '산업 녹색화'로 가는 길

맹인모상(盲人摹象), 불교 경전 '열반경'에 나오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뜻이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자기가 본 일부만을 말하는 인간의 우매함을 빗댄 우화다.

과거 사업장의 환경관리 방식은 대기, 수질, 악취, 폐기물 등 오염물질 매체별로 기준을 각각 설정해 관리했다. 코끼리의 코, 머리와 같이 일면만 보고는 코끼리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각각의 오염물질 매체별로 관리하는 방식은 환경오염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개별 시설에 연결된 공정이나 오염물질 간 상호 영향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종, 입지 등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화한 규제로 사업장에 불필요한 부담을 줄 때도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7년부터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대기, 수질 등 매체별 10여개의 인·허가를 하나로 통합해 오염물질 저감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는 통합환경관리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원료 투입부터 오염물질 처리까지 전 과정을 꼼꼼하게 검토하는 대신 개별 인·허가를 통합, 절차에 따른 부담을 완화했다. 과학 측정에 기반을 둔 사업장 자율 관리를 강화한 것이다. 개별법이 매체별 규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통합환경관리제도는 사업장이 어떤 오염물질을 배출하는지 이해하고, 오염물질을 최소화하는 최적의 환경관리기법에 기반을 두고 기술을 도입됐다. 환경 역량 강화에 목적을 뒀다.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1980년대부터 통합환경관리제도를 시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1996년 통합오염예방관리지침을 제정, 통합환경관리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용수, 전기 등을 절감하는 한편 폐자원의 재활용 확대로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로 우리나라에 통합환경관리제도가 도입된 지 4년 차에 접어들었다. 1970년대부터 40여 년 동안 지속한 환경 인·허가제도의 전면 개편인 만큼 연차별로 업종을 나눠 시행하고, 법 시행 이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사업장의 경우 적용일로부터 4년 유예기간을 부여해 전환 연착륙을 도모했다.

2017년에 처음 적용된 발전·증기·소각 업종 300여개 사업장의 유예기간이 올해 끝난다. 사업장들이 기한 내에 허가될 수 있도록 환경부는 안내, 간담회 개최, 사전 컨설팅 제공 등 노력을 지속했다. 그 결과 통합허가가 완료된 113개 사업장에서 미세먼지 유발물질이 제도 도입 전보다 38.5% 이상 줄었다. 오는 2025년까지 2조9000억원 환경개선 자금이 투입돼 환경 산업 발전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통합환경관리제도는 기업 활동에 도움을 주면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정착 과정에서 인식 부족 등 어려움이 있은 것은 사실이다. 이에 환경부는 제도 인식을 지속해서 높이고 사업장 기술 지원, 맞춤형 컨설팅 제공 등 통합허가로의 전환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조속히 통합허가로 전환한 경우 5년마다 허가 사항을 재검토하는 허가 주기를 연장해 주는 등 혜택을 제공, 사업장의 자율 전환을 이끌 방침이다.

환경부는 기존의 적발 위주 관리에서 벗어나 사업장의 자가측정 대상과 주기 확대 등으로 데이터에 기반을 둔 측정 체계를 구축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민·관 협의회 운영 등 허가 이후의 관리체계 개선도 병행하고 있다.

산업계, 전문가, 시민단체, 지방자치단체의 적극 참여와 협력으로 통합환경관리제도가 안착한다면 환경 산업의 발전과 산업의 녹색화로 이어지는 날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 jkhong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