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비행시간 거리측정 기술, 이른바 'TOF(Time Of Flight)' 기술 활용에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피사체를 향해 발사한 빛이 튕겨 돌아오는 시간으로 거리를 계산해 사물의 입체감이나 공간 정보, 움직임 등을 인식하는 TOF는 중요 스마트폰 기술로 주목받았지만, 삼성과 애플의 TOF 활용에 차이가 생기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20(가칭)'에 TOF 모듈을 적용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0에 TOF를 탑재했지만, 노트20에선 초광각(1200만 화소), 광각(1억800만 화소), 망원(5배줌, 1200만 화소)으로 후면 메인 카메라(고급 모델 기준)를 구성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전략 모델에 TOF를 탑재해왔고, 통상 갤럭시S 시리즈와 노트 시리즈 카메라를 거의 동일하게 적용한 점을 고려하면 노트20에서도 TOF 탑재가 예상됐다. 실제 삼성은 S10부터 TOF를 적용하기 시작, 노트10에도 TOF를 넣었고, 올해 나온 S20까지 탑재했다. TOF 모듈 협력사도 엠씨넥스, 파트론, 나무가 등으로 넓혔다.
하지만 노트20에서 TOF가 빠지면서 전략에 변화를 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TOF가 기대와 달리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TOF 기술은 당초 AR·VR과 같은 서비스와 결합하면 그 효과가 배가돼 활용도가 커질 것으로 봤는데, 아직 TOF는 현재 사진 촬영을 돕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을 끌어당길 킬러 애플리케이션 부족해 TOF 비중을 낮추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TOF가 과거 홍채인식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홍채인식도 스마트폰에서 핵심 기능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소비자 눈높이를 만족시키지 못해 지금은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삼성과 달리 애플은 TOF를 본격적으로 탑재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애플은 최근 출시한 아이패드에 TOF 기술('라이다 스캐너'로 명명)을 첫 적용한 데 이어 올 하반기 나올 신형 아이폰에도 TOF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고급 모델 기준 후면에 트리플 카메라와 함께 TOF가 적용될 예정으로, 광학분야 핵심 협력사인 LG이노텍이 카메라 모듈과 함께 TOF 모듈을 제조할 전망이다.
삼성이 사진 촬영을 돕는 보조 기술로 TOF를 활용한 반면 애플은 증강현실(AR)을 위해 TOF를 도입하는 것도 차이다. 아이패드에 먼저 탑재된 TOF가 사진 촬영에 이용되지 않고, AR 서비스 용도로 고정됐다.
팀 쿡 CEO가 미래 핵심 기술로 AR을 꼽을 만큼 애플은 AR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왔다. 팀 쿡 애플 CEO는 “차기 컴퓨팅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에서 AR을 구현하는 데 TOF가 뒷받침하는 만큼 애플은 적극적인 활용이 예상되지만 아이패드에 첫 접목된 TOF 역시 사용 빈도가 떨어진다는 이용자들의 평가가 적지 않다.
결국 TOF 활용도는 기술 자체보다 서비스와의 연동, 즉 누가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