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이 중국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구동 칩 업체 최고위 경영진으로 영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은 물론 중국삼성 사장까지 지낸 인사가 중국 반도체 업체에 합류하면서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구동 칩 제조업체 에스윈(ESWIN)의 부총경리로 영입됐다.
장원기 전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40년 넘게 일했던 인물이다.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반도체총괄 액정표시장치(LCD)사업 천안사업장 공장장 등을 거쳐 2009년에는 LCD사업부장까지 맡았다. 또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삼성 사장, 중국전략협력실장 등을 지냈다.
장 전 사장의 에스윈 영입 시기와 부총경리로 부임하면서 맡게 될 역할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장 전 사장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 창업자 출신인 왕둥성 총경리와 함께 주요한 의사 결정에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왕둥성 총경리는 지난해 7월 BOE 회장 자리에서 내려온 뒤, 올해 2월 에스윈 총경리에 선임됐다.
BOE 창업자와 삼성전자 최고위층 임원을 영입한 에스윈은 향후 최신 OLED 구동 칩 개발 및 양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2016년 3월 베이징에서 설립돼 2017년 10월 처음으로 OLED 구동 칩을 패널에 적용했다. 2017년부터 올 3월까지는 국내 한 팹리스 업체가 에스윈에 투자한 사례도 있다.
에스윈은 시안, 허페이 등에 대형 생산라인을 갖추면서 외형 확장을 노리고 있다. 지난 8일에는 21억위안(약 3535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하면서 최신 설계자산(IP) 개발, 인재 영입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발표도 했다.
이 회사에 삼성에서 40년간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 이동하자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에서 고위직을 지냈던 장 전 사장의 에스윈 부총경리 선임은 상당히 큰 충격”이라고 전했다.
현재 OLED 구동 칩 시장은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중국 업체가 지속적인 핵심 인재 영입으로 한국의 OLED 구동칩 기술을 빠르게 흡수할 경우, 관련 시장이 중국 칩 업체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