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고준위방사성폐기물 지하처분

2010년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영원한 봉인(Into Eternity)'은 핀란드에 위치한 지하시설을 다룬다. 시설 이름은 '온칼로(Onkalo)'. 구멍, 굴을 뜻하는 이 시설은 사용후 핵연료와 같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심층처분'하는 연구가 이뤄지는 곳이다.

핀란드 온칼로 URL과 처분장의 모습
핀란드 온칼로 URL과 처분장의 모습

방사성폐기물 처분은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할 문제다. 폐기물은 이미 나오고 있고, 우리는 과학기술로 이를 가장 안전하고 경제성 있게 처분해야 한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방식은 해양처분, 빙하처분, 우주처분 등 많은 것이 고려되고 있지만, 특히 안정성 부분에서 크고 작은 위험부담이 있다. 예를 들어 폐기물을 우주로 날려 보내는 우주처분은 언뜻 훌륭한 방법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에 하나 폐기물을 실은 로켓이 공중에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현재 국제기구와 규제기관으로부터 안전성, 경제성을 입증받은 것은 심층처분이 유일하다.

심층처분은 말 그대로 땅속 깊은 곳을 처분장소로 활용한다. 지하 500m 이하 안정된 지층에 터널과 구멍을 뚫어 여러 겹 방벽을 두고, 반감기를 지나 폐기물이 안전해질 때까지 격리한다.

폐기물을 담는 금속용기·처분용기·완충재 등 공학적 방벽, 깊은 암반의 천연 방벽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혹시 핵종이 유출되더라도 지상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개념이다. 지하는 산소가 희박한 '환원 조건' 환경이기도 하다. 만일 핵종이 유출돼도 이동성이 극히 제한된다.

미국과 독일, 핀란드 등 원자력 선도국은 1970년대부터 자국 지질환경에 적합한 심층처분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지하처분연구시설 터널 모습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지하처분연구시설 터널 모습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심층처분지하연구시설(URL)'이다. 이곳은 심층처분 개념과 기술을 개발하고, 성능 실증까지 진행하는 곳이다.

URL은 '처분부지 URL(site-specific URL)'과 '연구부지 URL(generic URL)'로 구분할 수 있다. 이상적인 것은 처분부지 URL이다. 실제 처분 시설을 짓게 될 곳에 연구시설을 짓고 처분개념 개발, 성능 입증, 인허가 자료 생산 등 전 과정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처분부지 확보에 앞서 연구부지 URL을 건설, 안전성과 처분개념을 선개발하는 경우도 있다.

핀란드 온칼로도 처분부지 URL이다. 2004년부터 URL 건설을 시작, 2011년 520m 심도를 확보했다. 현재는 이 시설을 확장해 처분장을 건설하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의 URL 구축 추진을 돕고 있다. 원자력연 안에도 120m 깊이 지하처분연구시설이 존재한다. 이곳에서 향후 URL, 처분부지 마련을 위한 정보를 얻고 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