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분야 최고 브레인으로 평가받는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삼성 연구개발(R&D) 총괄 자리에 영입했다. 최고의 AI 전문가들이 잇달아 합류하면서 삼성전자 AI 경쟁력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계적 대가, 비즈니스 리더와 직접 만나 구상한 'AI 대계'가 현실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분야 최고 석학 세바스찬 승(한국명 승현준) 교수를 삼성리서치 소장에 내정했다고 24일 밝혔다. 2017년 11월 삼성전자 통합 연구 조직으로 출범한 삼성리서치는 산하에 AI센터를 신설하는 등 AI 선행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승 신임 소장은 한국을 포함해 13개국에 위치한 글로벌 15개 R&D 센터와 7개 AI센터의 미래 신기술 및 융·복합 기술 연구를 관장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승 교수는 AI 분야 최고 전문가”라면서 “미래 핵심 성장 동력인 AI 기술력을 강화하고 AI 관련 사업과 전략 고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승 소장은 학계에서 쌓은 경험과 뛰어난 연구 능력, 폭넓은 인력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세계적 연구자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화하고, 우수 인재를 영입해 미래기술 연구 역량을 높이는 데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승 소장은 2008년 호암상 공학상을 수상하며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뇌의 신경과학적 현상 이해에 탁월한 수학 및 물리학 이론을 도입해 뇌가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을 수학으로 풀어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승 소장이 고안한 수학 모델은 뇌 신경계 정보 처리에 기반을 둔 AI 컴퓨터 구현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승 소장은 2018년 삼성리서치 최고연구과학자(CRS)로 합류해 삼성전자 AI 전략 수립과 선행 연구 자문을 통해 AI 센터 설립 등에 기여해 왔다.
삼성전자의 AI 석학 영입은 이번이 처음 아니다. 2018년 다니엘 리 미국 펜실베니아대 다니엘 리 교수를 영입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위구연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펠로로 영입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적극적 행보는 AI 분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이 부회장의 노력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이 직접 세계적 AI 대가나 비즈니스 리더를 만나 'AI 대계'를 구상하고, 이를 대규모 투자와 석학 영입으로 구체화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수년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AI 중요성을 강조하고 투자 의지를 밝혔다. 2018년 AI 등에 1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 사례다. 지난해 7월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AI 의견을 교환했고, 지난해 11월에는 AI 분야 세계 4대 구루로 꼽히는 요슈아 벤조 교수를 만나 AI 산업 발전 방향과 삼성전자 AI 전략을 논의했다.
지난해 8월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방문 때엔 “AI 등 기술 발전으로 라이프 스타일이 급변하고 있다”면서 “가전제품에 대한 생각의 한계를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이후 미국과 영국, 캐나다, 러시아에 6개의 글로벌 AI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AI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 같은 이 부회장의 행보는 AI 구현에 필수인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