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량 방사선 피폭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나노입자 기반 약제가 개발됐다. 기존 약보다 아주 적은 양을 써도 높은 효과를 보였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현택환 나노입자 연구단장(서울대 석좌교수)과 박경표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팀이 방사선 피폭 시 유발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나노입자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방사선은 최근 항암이나 치료, 진단 영역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이때 체내 물 분자가 분해되면서 활성산소(세포에 손상을 입히는 변형 산소)가 많이 발생한다. 활성산소를 빠르게 제거해 체내 줄기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방사선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방법이다. 이 때문에 피폭 부작용을 감소시키는 약제 개발이 활발하다.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방사선 보호제는 '아미포스틴'이 유일하다. 이것도 전신이 아닌 타액선 손상만 제한적으로 예방할 수 있고 독성 부작용 우려도 있다. 낮은 농도로는 효과가 크지 않고 30분이 지나면 효과가 사라진다.
연구진은 전신보호, 적은 부작용에 초점을 두고 보호제 개발 연구에 착수했다. 활성산소 제거 효능이 있는 나노입자 세륨산화물(CeO₂)과 망간산화물(Mn₃O₄)에 주목했다. 이들은 다량 투여 시 독성을 유발할 수 있어 투여량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었다.
연구진은 나노입자 구조를 제어해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CeO₂ 나노입자 위에 Mn₃O₄ 나노입자를 증착시켰다. 이때 Mn₃O₄ 입자 내 격자 간격이 벌어지면서 표면 흡착에너지가 변화했다. 그 결과 Mn₃O₄ 나노입자 항산화 성능이 CeO₂ 대비 최대 5배 이상 높아졌다.
이 나노입자는 사람의 장 '오가노이드(장기 유사체)' 실험 결과 DNA 손상, 세포자살, 스트레스 등 부작용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포 재생 유전자 발현도 증가했다.
동물실험에서는 아미포스틴 권장 투약량 360분의 1에 해당하는 극소량으로도 효과를 발휘했다. 치사율 100% 고선량 방사선 노출에도 대상의 66%가 생존했다. 아미포스틴 대비 3.3배 높은 생존율이다.
현택환 단장은 “개발한 나노입자는 방사선 피폭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효과적인 보호제로 활용할 수 있다”며 “방사선 의학 활용, 사고 피해 우려까지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