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셧다운을 종용한 증거가 드러났다. 정부 인수합병(M&A) 인가와 희망퇴직 프로그램 가동을 위해 국내선 운항마저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은 6일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와 이석주 전 제주항공 대표 간 통화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녹취파일은 최근 이스타항공 익명 오픈카톡방에 올라온 것이다. 최 대표가 셧다운 조치 직후 이 전 대표에 전화를 걸어 녹음한 내용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 직원 임금체납으로 인한 법적 책임이 생기자 최 대표 측이 녹취 파일을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대표는 “국내선을 감편하더라도 영업을 해야 하겠지만 제주항공이 여러 가지 제안을 해 전격 수용했다”며 “셧다운 할 경우 항공사의 고유한 기능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셧다운하고 희망퇴직 프로그램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관으로 가더라도 (승인을 위해 셧다운하는 게) 맞다”고 답했다.
최 대표는 셧다운으로 인해 국내선 슬롯이 회수될 경우 M&A 실효성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의 장기화를 걱정했다.
이 전 대표는 “(슬롯은) 제주항공이 국토교통부에 달려가 뚫겠다”며 “딜 클로징을 빨리 끝내고 임금 지급을 가장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협력업체에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으로 협조 레터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제주항공 대표는 김이배 부사장이다. 이 전 대표는 AK홀딩스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제주항공은 녹취파일 등과 관련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7일 이후 제주항공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일시, 장소, 방법 등에 대해선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2일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지분 51.17%을 54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항공 수요 장기 침체 전망과 이스타항공 체불임금 부담이 커지면서 딜 클로징에 이르지 못했다.
제주항공은 15일까지 이스타홀딩스에 계약상 선행 조건을 이행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최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가 이스타홀딩스 보유 지분 38.6%를 이스타항공에 헌납을 결정했지만 양측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최 대표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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