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게임 재미를 저해하고 정당한 승부를 방해하는 불법 프로그램 방지에 총력을 기울인다. 핵 프로그램을 사용한 PC 게임 접속을 막는 '머신밴'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봇 색출, 이용자에게 직접 핵 사용 여부를 판단하게 하는 배심원 시스템까지 도입한다.
2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각 게임사가 불법 프로그램을 막기 위한 새로운 방법 마련에 고심이다. '게임 핵·사설서버 처벌법'이 생긴 이후 불법 프로그램 사용이 법적 강제력을 적용받는 불법행위로 규정됐지만, 부당이익을 얻고자 불법 프로그램을 개발·배포·이용하는 행위는 고도화된 까닭이다.
불법프로그램은 크게 핵과 매크로로 분류한다. 핵은 게임을 비정상적 방법으로 플레이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조준점(크로스헤어)을 자동으로 움직이는 '에임핵', 상대방 위치를 확인하거나 벽을 뚫고 이동할 수 있는 '맵핵', '월핵'이 대표적이다.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판단과 행동이 승부를 가루는 슈팅게임에서 주로 사용된다.
매크로는 일명 '작업장'에서 게임 내 재화를 모아 현금으로 판매하는데 주로 사용된다. 게임 내 시세를 망가트려 정상적인 경제 시스템이 돌아가지 못하게 한다.
핵에 홍역을 치른 배틀그라운드 카카오 게임 버전은 머신밴을 도입했다. 불법 핵 사용 이력이 확인된 기기에서 게임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방법이다. 악성 이용자 하드웨어 정보를 수집해 해당 PC에서 게임 접속자체를 막는 강력한 조치다. 새로 게임을 구입하거나 계정을 생성해도 접속할 수 없다. 핵을 사용한 계정을 막는 계정밴만으로는 원활한 플레이 환경을 조성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라이엇게임즈는 슈팅게임 '발로란트'에 핵 방지 프로그램 '뱅가드'를 도입했다. 리그오브레전드 안티 치트 프로그램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 이상 행동을 분석해 핵 사용 여부를 판단한다. 뱅가드 성능을 높이기 위해 버그나 취약점을 신고하면 포상급을 지급해 고도화를 꾀한다.
넥슨은 배심원제도를 도입했다. 고도화된 핵과 끝나지 않는 싸움을 하기보다는 사후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서든어택은 이용자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비정상 게임 행위를 판결하는 '길로틴'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 플레이 데이터를 열람해 불법핵이나 어뷰징 등 비정상 행위 의심자를 신고한다.
신고 누적 시 의심 기록, 배틀 로그, 스크린샷 등 증거자료가 포함된 사건파일을 배심원단에 제공하고 사건을 배당받은 배심원단이 유무죄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악용 이용자를 막기 위해 허위 신고와 부정확한 판결이 반복되는 이용자, 배심원에게도 게임 이용정지 등 불이익을 내린다. 이용자 신고와 판결, 제재까지 평균 40시간 48분이 소요됐다. 기존보다 신속한 처리가 이뤄졌다.
엔씨소프트는 작업장 검출에 특화된 봇을 운영한다. 오랜 MMORPG 운영으로 쌓은 데이터 기반으로 머신러닝을 통해 작업장 네트워크와 행동 요약정보를 학습시킨다. 정교한 탐지와 작업장 탐지 분석 비용을 줄인다.
게임사 관계자는 “불법프로그램은 게임 재미와 직결되는 매우 큰 문제”라며 “정상 이용자가 이탈하는 원인을 제공해 큰 피해를 준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