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블록체인이란 어떤 것일까. 신뢰 높고 가치가 잘 지켜지는 블록체인, 거대 권력이나 기관 개입 없이 자율 운영되는 블록체인, 해킹이나 금융 사기 사건이 가장 적은 블록체인, 운영 기간이 충분히 길어서 기술 완성도 높고 레퍼런스 많은 블록체인 등 이를 만족시키는 블록체인은 무엇일까.
단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1, 2순위로 꼽는다. 비트코인은 2020년 7월 말 기준 200조원 규모의 시가총액을 유지하고, 하루에 18조원이 유통된다. 비트코인 노드로 운영되는 서버만 9900개, 기타 비트코인 소프트웨어(SW) 소스로 운영되는 블록체인 노드까지 합하면 3만개 이상 서버에서 운영되고 있다. 비트코인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는 비트코인 지갑 기준 약 5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더리움의 경우 31조원 시가총액, 하루 유통량 5조원, 6900여개 운영 노드, 200만개 지갑주소와 2800여개 앱이 출시돼 사용되고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는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해킹에서 안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도 SW 결함과 해킹 시도, 운영자 또는 내부자끼리의 결정에 따라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블록체인 성능과 기능에 앞서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이를 중요하게 생각해 모든 블록체인은 100% 소스를 공개한다.
비트코인은 개발자와 운영자가 없다. 그러면 200조원 상당의 신뢰를 어떻게 일궈 냈을까. 금융과 기술이 융합한 독특한 운영 방식에 있다. 단순히 데이터를 복사해 퍼뜨리고 변경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복사해 퍼뜨릴 수밖에 없게 설계된 프로세스와 금융시스템을 구성했다. 쉬운 예시가 있다. 블록체인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접하는 방법이 “밥이 스미스에게 돈을 송금했다”일 것이다. 블록체인을 은행이라고 비유하면 돈의 신뢰는 바로 이해가 간다. 기업은행에서 송금한 돈을 국민은행에서 찾아 아마존에서 페이팔 계정을 통해 김안토니오의 책을 사는 것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데이터는 좀 다르다. 원본이라는 것을 증명하거나 한 번도 변경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믿음은 송금된 돈의 금액을 인출할 수 있는 것과 다르다. 은행 대여금고 서비스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여금고에 보관되는 물품은 보관자 본인 또는 보관자의 비밀 키로만 열어서 꺼내 보거나 변경할 수 있다. 김안토니오가 스미스에게 돈을 보낸 것을 엘리스가 밥에게 알려줄 때 앨리스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해 소액의 수수료를 받는다. 밥은 해당 블록체인을 구동해서 김안토니오가 스미스에게 언제, 얼마의 돈을 보냈는지 본인이 알고 다른 블록체인 노드 운영자에게 알려주기만 해도 소정의 운영 보상금을 받는다.
당연히 블록체인에서 돈은 가상이지만 이를 실물 또는 실물 가치와 교환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면 현금과 같아진다. 운영자가 많아질수록 블록체인에서 유통되는 암호화폐는 신뢰를 얻으며, 블록체인 시스템은 은행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블록체인 시스템은 돈을 송금할 때 사용한 수수료 기반의 데이터 저장소를 계좌 소유주에게 제공한다. 블록체인 저장소는 규모는 작지만 은행 대여금고 서비스와 똑같은 역할이다. 송금이 일어나지 않으면 데이터 보관도 일어나지 않는 구조다. 블록체인을 통한 데이터 원본증명, 위·변조 방지는 블록체인의 이 구조로 사용한다. 이것이 비트코인의 실체다.
어떤 블록체인을 선택하거나 새 블록체인을 개발하고 운영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은 찾지 않을까. 물론 빠른 체결 속도, 대용량 데이터 처리, 합의 알고리즘, 스마트 계약과 같은 발전된 기능과 기술이 있다. 그러나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고 기본에 충실하지 않다면 혼란한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일확천금을 꿈꾼다거나 금융 사기와 같은 일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김안토니오 DAIB 대표이사 first@daib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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