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토리지 시장은 글루시스가 지킨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글로벌 공룡 기업들과 20년 동안 경쟁하면서 NAS(Network-Attached Storage) 시스템 소프트웨어(SW) 기술 개발에 전념해왔습니다.”
박성순 글루시스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삼성·LG 등 대기업을 비롯한 7개 국내 기업이 스토리지 솔루션 시장에 뛰어들 정도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모든 기업들은 날개가 꺾였고 우리만 생존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공기관과 일반 기업의 맹목적인 외산 브랜드 선호 인식과 최고 제품만이 살아남는다는 냉정한 스토리지 솔루션 시장의 대명제 속에서 글루시스는 유일한 국산 스토리지 전문기업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언젠가 글로벌 공룡기업을 반드시 넘어서 보겠다는 창업 초심을 강산이 두 번씩이나 바뀌는 긴 시간 동안 잃어버리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
글루시스는 올해 글로벌 공룡 기업과 당당한 경쟁을 재다짐하고 있다. 회사를 떠난 사람도 있지만 힘들어도 '우리 기술은 글로벌 톱이다'라는 다짐 속에 굳굳하게 회사를 지탱해온 임직원과 글로벌 제품이 아닌 국산 제품을 선뜻 도입한 900여 고객의 단단한 믿음을 결코 저버릴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는 올해 창업 20주년을 맞아 3년 내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다. 글루시스는 또 스토리지 시스템 SW 중심 비즈니스 구조를 탈피하고 하드웨어(HW)와 SW를 동시에 아우르면서 다양한 제품군을 갖춘 토털 스토리지 비즈니스 기업으로 대변신을 시도하기로 했다. 기존 주력사업인 시스템 SW를 기반으로 스토리지 전문기업으로 한단계 도약한다. 올 플래시(SSD) NAS·고확장 스케일 아웃 NAS 스토리지 등 외산제품과 가성비 경쟁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다양한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회사는 스마트팩토리·5G 등 시대에 대비해 저지연·고성능 데이터 처리를 제공하는 고신뢰성 에지스토리지 개발 과제를 올해 정부 지원 속에 진행, 2년내 시제품을 선보인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20년 동안 R&D 중심 IT기업이지만 아직도 벤처 정신을 추구한다.
박성순 글루시스 대표는 60대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는 20년째 꿈을 잃지 않고 있다. 마치 푸른 소나무를 연상케 한다. 박 대표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적당히 타협하지 않으면서 오직 국산 기술과 제품만으로 글로벌 1등을 해보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스토리지 솔루션이 국내 시장에서 번번히 외면을 받다보니 회사 경영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백업 솔루션·웹 기반 솔루션 등 다른 사업 진출도 고민했지만 한 길만을 걸어왔다.
“주변에서 20년 세월 동안 중소기업 수준에만 머물고 있는 글루시스를 보면 CEO 외고집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임감과 의무감 때문입니다. 글루시스가 없다면 국산 스토리지 시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창업 당시 스토리지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한 기업이 7곳이나 있었지만 이젠 글루시스뿐입니다.”
박 대표는 “글루시스마저 무너진다면 엔터프라이즈급 제품에서 엔트리급 제품으로 무장한 글로벌 기업들만이 국내 시장을 휘젓고 다니면서 비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고 이로 인해 공공기관과 일반 기업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가격 협상에서 글로벌 기업에 끌려다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글루시스가 임직원들과 함께 스토리지 시장을 20년간 걸어온 세월이 결코 아깝지 않다고 한다. 마케팅 능력과 자금 동원력이 탁월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 속에 파고들기 쉽지 않은 스토리지 시장이지만 국내 스토리지 시장은 글루시스가 지킨다는 꿈을 품은 임직원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언제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미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더 이상 애국심에 호소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쉽다.
국내 스토리지 시장 환경 여건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면서 살아남기 쉽지 않은 구조이다. 공공기관과 일반 기업들은 비슷한 사양과 성능을 갖춰도 국산 제품보다 외산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국산 SW가 외면받던 시장 환경이 국산 스토리지 분야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박 대표는 더 이상 애국심에 호소하지 않기로 했다. 오직 기술과 성능 그리고 가성비로 정면 승부를 건다는 심산이다.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스위치 등 IT 인프라 3대 축에서 유독 취약한 스토리지 분야에서 지킴이 역할을 할 계획이다.
“글루시스 매출에서 공공기관 매출이 60~70%를 차지할뿐 아니라 민·관 고객이 900여곳에 달합니다. 유지보수 고객은 100여곳입니다. 20년 동안 스토리지 분야에 매진해온 결과, 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통한다는 것을 입증한 셈입니다.”
박 대표는 스토리지 저장장치 기술 시장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가격 저하와 저장 용량 상승으로 올 플래시 스토리지가 스토리지 시장에서 새로운 주자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에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중심의 스토리지 수요가 아직 많지만 조만간 도래할 SSD 중심의 올 플래시 스토리지 시장에 대응하는 기술력과 노하우를 충분히 축적해놓고 있다.
그는 “하드웨어가 바뀌면 당연히 시스템 SW 기술도 바뀌어야 하는데 정부 지원 과제를 통해 SSD 방식의 스토리지 기술력을 확보, 2년전 출시한 스케일아웃 NAS가 글로벌 기업과 성능과 가성비 측면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글루시스의 애니스토 엔터프라이즈(AnyStor Enterprise) 기반 올 플래시 스토리지는 지난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주관으로 진행된 'SPC-1' 성능 평가에서 글로벌 벤더들을 제치고 가장 높은 가성비를 보였다.
하지만 정부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대한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고 한다. 박 대표는 “공공기관이 개별로 발주한 프로젝트는 수주를 한 적이 있지만 정부 IDC는 글로벌 기업의 스토리지만 구매하고 있다”며 “공정한 시장 경쟁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발주자 입장에서 IDC 특성상 대량으로 구매하는 탓에 다양한 제품군을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일괄 구매하는게 편리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시스템 SW와 HW 역량을 갖춘 스토리지 기업으로 재도약한다.
글루시스는 3년내 IPO를 진행할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 5년간 60~120억원대 매출을 유지했다. 박 대표는 “올 플래시 스토리지 제품 모델을 다양하게 출시하고 성능과 가성비를 앞세우면 향후 2년 동안 150억원 매출을 달성하고 영업이익 10억원 이상을 유지하면 IPO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산 올 플래시 스토리지로 3년내 정부 IDC 시장에 반드시 진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올해 입사 10년차 이상인 스토리지 기술개발 전문인력만으로 창업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기존 타사 스토리지 HW만 별도 유통하는 사업 비중을 줄이고 글로시스 스토리지 솔루션을 HW에 직접 얹어 판매하는 사업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박 대표는 “사실 시스템 SW 개발자 입장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토리지 SW와 HW를 동시에 아우르자고 설득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SW 기반의 글로벌 스토리지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세웠다”고 말했다.
글루시스는 이를 위해 대만·일본 기업과 협력해 스토리지용 HW를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또는 주문자개발방식(ODM)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HW에 국산 시스템 SW를 탑재해 스토리지를 국내외에 공급키로한 것이다.
회사는 또 정부 에지 스토리지 기술 개발 과제를 올 상반기 수주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했다. 에지 스토리지는 기존 스토리지 장비 산업뿐만 아니라 스마트팩토리·5G·모바일에지컴퓨팅 등 다양한 산업까지 생태계 확장이 가능한 기반 기술이다. 기술 선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발빠르게 대처키로 했다. 회사는 당초 개발 기간은 4년이지만 2년내 연구 성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박성순 글루시스 대표는…>
박성순 글루시스 대표는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석사 과정(운영체제)을 마치고 고려대 전산학과에서 세부 전공을 병렬처리로 박사학위를 1994년 취득했다. 박 대표는 이후 안양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현재까지 강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학 강단에서 학생을 가르치던 중 대학 후배들과 의기투합해 국산 스토리지 솔루션을 만들기로 하고 글루시스를 창업했다. 2002년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기업 브로케이드로부터 SAN( Storage Area Ntwork) 관리 SW 개발을 의뢰받아 국내 최초로 SAN 솔루션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박 대표는 SAN 솔루션 개발을 마치자마자 NAS 솔루션 개발을 시작, 전통적인 NAS 솔루션부터 한 단계 진화한 스케일아웃(확장형) NAS까지 다양한 스토리지 제품군을 개발, 출시하고 있다.
글루시스는 설립 이래로 20년 동안 스토리지 솔루션 개발에만 전념해 기술력과 노하우를 축적해 금융, 통신, 공공, 의료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고객들을 통해 제품 성능과 안정성을 입증하고 있다. 임직원수는 36명이고 이 중 R&D 인력이 20명일 정도로 R&D 중심의 IT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루시스가 걸어온 20년>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