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산업통상자원부에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다시 보완할 것을 요청했다. 두 부처는 '환경급전'을 배출권 거래제와 연계할지 등을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환경급전 권한을 두고 전력당국과 환경당국이 부딪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달 열리는 정기 국회를 앞두고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립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정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달 28일 산업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를 받고 있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추가로 보완할 것을 요청했다. 환경부가 산업부에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보완을 요청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환경영향평가법 상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요청은 두 차례만 가능하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이 막바지에 이른 셈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력수급 기본방향과 장기전망, 전력설비 시설 계획을 포함한 종합 전력정책으로 2년 마다 수립한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자문기구인 총괄분과위원회는 지난 5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을 마련했다. 산업부는 환경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으면서 최종안을 협의하고 있다.
산업부와 환경부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환경급전' 적용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환경급전은 전력 급전 우선순위를 결정할 때 경제성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미세먼지 등 환경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을 뜻한다. 한 예로 경제성만 고려하면 석탄·원자력을 우선 가동해야 하지만 환경급전을 고려하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도 우선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
환경부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시된 환경급전이 아직 도입되지 않은 점을 감안, 배출권거래제와 연계해 환경급전 방안을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구체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산업부는 환경급전을 포괄적으로 해석하고, 석탄발전 감축으로 환경급전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급전으로 운영할 때 시장에서 배출권 거래비용을 반영하기 때문에 시장 친화적이란 점에서 전력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서 “산업부가 온실가스 감축발전을 위해 석탄발전을 끄겠다고 하지만 갑자기 발전을 끌 경우 보상비도 들고 배출권 정산비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환경급전은 급전 순서에서 경제성만 고려하지 말고 환경이나 국민안전 등을 고려해 수급해야 한다는 포괄적인 의미”라면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온실가스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강력한 방식은 석탄발전량을 제약할 수 있는 근거도 넣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문가는 환경급전 권한을 두고 전력당국과 환경당국이 부딪히고 있다고 분석한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업계 한 전문가는 “환경부는 환경급전을 권한을 갖고 있는 배출권 거래제와 연계하고 싶어하고, 산업부는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환경급전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내달 정기국회가 열릴 때까지 수립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지난해 최종안이 나와야 했지만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새롭게 들어가는 등의 영향으로 최종안 확정이 반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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