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현대카드에 신입사원이 입사했다. 사번은 410713. 이름은 빌리(Billie). 태어난 곳은 독일이다. 빌리가 일하는 장소는 현대카드 카드팩토리 내 팩토리카페다. 그는 바리스타다. 빌리는 묵묵히 커피 원두를 갈아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아메리카노·카페라떼 등 커피 음료를 만든다. 고객이 무인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넣으면 몇 분 안에 커피를 내준다. 신기한 건 주문할 때 실패하는 법이 없다.
#고객이 사용하는 현대카드 애플리케이션(앱)에는 24시간 상주하는 챗봇 버디가 있다. 카드 플레이트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 업무를 버디가 대신해 준다. 현대카드 생산 공장 카드팩토리에는 13대의 또 다른 로봇이 상주하고 있다. 이들은 카드 제조를 담당한다. 또 로봇룸을 만들어 이른바 100% 로봇처리자동화(RPA)를 진행했다.
현대카드에는 30여대에 불과하던 로봇 수가 90대가 넘는 규모로 늘었다. 금융권 최대 규모다.
현대카드가 인공지능(AI) 딥러닝을 갖춘 이색 로봇을 현장에 투입했다.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휴머노이드 업무 공존 체제를 꾸려서 이색 실험에 나선 것이다.
최근 제조 산업 현장에서 사람이 아닌 로봇이 생산 과정을 담당하고 여기에 AI와 사물인터넷(IoT) 및 3차원(3D) 프린팅 등 기술을 덧입혀 그 자체로 '지능화 공장'을 만드는, 이른바 스마트팩토리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업무를 분담한다는 의미의 '협동로봇'(코봇)을 도입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반면에 대면 위주 금융 산업에서 로봇은 단순 상담 기능 등을 수행하는 보조 역할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고정관념을 깨는 첫 프로젝트가 '현대카드 로봇 동료 프로젝트'다.
로봇은 로봇끼리, 인간은 인간끼리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로봇이 소통하며 함께 조화롭게 일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현대카드 AI 바리스타 빌리는 사람의 팔 형상을 본떠 만든 '로봇팔'이다. 오직 커피를 내리기 위해 프로그램이 돼 있다. 묵묵히 커피만 내릴 뿐이다. 유명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는 방식을 학습하는 '머신러닝' 기법을 익혔다.
빌리가 학습한 바리스타는 한국 대표로 출전해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5위를 차지한 적 있는 이종훈 바리스타다. 이 때문에 빌리가 만드는 커피는 단순한 커피가 아니다. 빌리가 커피 내리기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카페에서 일하는 다른 두 명의 직원은 커피 이외의 음료를 만들고 매장을 관리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현대카드 기업문화팀 관계자는 5일 “빌리는 금융 비즈니스와는 관련 없는 분야의 로봇으로 보일 수 있지만 회사를 찾는 많은 고객이 커피 한 잔을 통해 디지털라이제이션을 향해 나아가는 방향성을 체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빌리의 입사는 직원들에게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현대카드에는 이미 90여대의 로봇이 상주하고 있다.
카드 생산 공장인 '카드팩토리'가 만들어질 때 로봇 13대를 도입, 카드 제조에 투입했다. 또 로봇룸을 마련해서 RPA를 진행했다. 현재 90대가 넘는 로봇이 근무하고 있다.
로봇 몇 대가 들어와 있다고 해서 현대카드를 '디지털 컴퍼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로봇이 기업 업무 환경에 투입되면서 업무 효율 제고에 그치지 않고 인간과의 협업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을 꾀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현대카드 디지털부문 관계자는 “로봇을 동료로 맞으면서 꼭 필요한 작업이지만 단순 업무여서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업무를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면서 “그 대신 고객과의 소통 또는 더 창의적인 프로젝트 고안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 직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