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글로벌 화학업체 듀폰이 1940년부터 나일론 대량생산과 독점판매로 성공 신화를 이루면서 다양한 합성 폴리머 연구는 가속화됐다. 특히 플라스틱의 다양한 응용성, 편의성, 저렴한 가격 등으로 1960년 이후 천연물질을 대체해 현대인의 필수 생필품이 됐다.
전 세계 플라스틱 연간 생산량은 대략 4억만톤에 이른다. 매년 거의 1000만톤의 폐플라스틱이 해양으로 유입되는 등 환경생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 국제기구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 조사에 따르면 8만톤에 해당하는 1조8000억개 폐플라스틱 조각이 하와이를 포함한 태평양 중위도에서 발견되고 있고 54%가 북미, 아시아의 육지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이는 적보다 보이지 않는 적이 더 무서운 경우가 많다. 우리가 실제 경험하고 있는 초미세먼지나 코로나19와 같은 초미세 생명체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플라스틱도 자외선 조사와 물리·화학적 풍화작용 등에 의해 표면적과 이동성이 증가하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전환한다.
작은 크기의 부유성 폐플라스틱은 바다 표면에 빛 투과도 감소와 미세조류의 광합성 효율 저하, 해양 생물의 생산성 등을 감소시키고, 미세플라스틱의 표면적 증가는 독성을 나타내는 난분해성 소수성 화학물질의 흡착을 증가시키는 담체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물질들이 먹이사슬에 편입될 경우 우리를 포함 다양한 생명체에 생리질환을 일으켜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을 보면, 비닐이라 통칭하고 농업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PE 생산은 연간 1100만여톤에 이른다. 국내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2016년 약 1000만톤에 달하고, 이는 1인당 1년에 폐플라스틱을 약 200㎏을 생산하는 양이다.
플라스틱 사용 및 처리가 전 세계의 문제로 대두됐으며 우리나라도 협소한 국토의 농업 생산성 증대를 위해 불가피하게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농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PE 사후 관리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멀칭용 폐비닐의 농경지 토양 방치는 공기, 수분, 영양분 등 물질의 이동을 감소시키고 지렁이를 포함하는 토양생물의 이동성을 저하시킨다. 각종 토양의 물리화학·생화학 반응을 크게 훼손해 토양질의 저하, 씨앗 발아와 뿌리발육 등 식물 생장의 생리장애, 토양표층 이차 염농도 상승을 촉발해 농업 생산성 감소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대규모 연구비를 투입해 플라스틱 분해 연구를 진행 중이나 아직까지 안전한 생분해와 관련해 효과적인 대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 페트(PET)병과 폴리우레탄(PU)을 생분해하는 미생물이 발견돼 이를 활용하기 위한 제안들이 있으나 농용으로 특히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 중인 PE에 대한 미생물 분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고 있으며, 미생물학적으로도 분해하기 어렵거나 불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폐기물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폐플라스틱을 효과적으로 분해하는 미생물을 찾는 노력은 지속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적극적 측면으로 생분해가 되지 않는 플라스틱 생산을 감소시키고 생분해가 가능한 플라스틱의 생산, 판매, 활용을 제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생분해 가능한 플라스틱의 생산은 현재 한국의 기술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며 국민 건강을 증진시킨다. 친환경 소재산업을 장려하고 농업·해양 생태환경을 보호하는 등의 순기능적 측면이 크기에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할 현안이라 생각한다.
허호길 광주과학기술원 환경공학부 교수 hghur@gist.ac.kr
-
김한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