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초고밀도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레드 오션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높이려는 복안이다.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 적용 전기차 배터리의 니켈 비중을 높이는 연구개발(R&D)을 지속하고 있다. 니켈 비중 상향은 에너지 밀도 및 주행거리를 늘리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앞서 작년 이 회사는 니켈과 코발트, 망간 비중이 각각 90%, 5%, 5%인 NCM구반반(9 ½ ½)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했고, 내년 본격 양산을 앞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니켈 비중을 90% 중반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른바 '초고밀도 배터리'다. 이 회사는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음극재에 규소(Si)를 첨가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Si를 음극재에 적용하면 흑연을 넣을 때보다 에너지 밀도가 4배 향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한 번 충전시 700㎞, 10분 충전시 300㎞를 주행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한다. 기존 내연기관차만큼 긴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어 경쟁 우위 확보가 기대된다. 차세대 '리튬 메탈 배터리' 개발도 병행한다. 이를 위해 2019년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존 굿이너프 미 텍사스대 교수와 손잡았다.
SK이노베이션은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생산설비 증가 추세가 이를 방증한다. 이 회사가 물량을 수주한 후 생산설비를 증설하는 '선수주 후증설'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연간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은 2018년 4.7GWh에서 작년 말 19.7GWh까지 치솟았다. 최근에는 미국 조지아주에 11.7GWh 규모 제2공장 건설 계획을 밝혔다. 앞서 1공장 9.8GWh를 더하면 미국에서만 연간 전기차(50㎾h 기준) 43만대에 납품 가능한 생산라인을 갖추게 된다. 오는 2023년과 2025년이면 총 생산능력이 각각 71GWh, 100GWh에 이를 전망이다. 생산 거점은 국내와 중국, 헝가리, 미국 등으로 확대된다.
수주 잔고도 증가세다. 2018년 말 320GWh이던 것이 작년 말 500GWh로 56.25% 증가했다. 이는 전기차(50㎾h 기준) 1000만대 분량이다. 주요 고객사는 베이징 자동차를 비롯해 다임러, 폭스바겐, 포드, 현대기아차, 페라리 등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5년 세계 톱3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탄탄한 기술력과 빠른 투자로 생산 체제를 키워나갈 것”이라면서 “세계 최고 수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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