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막는 낡은 법제도 청산해 달라"...대한상의, 국회에 공식 건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율주행 배달로봇은 인도에 진입할 수 없고, 재외국민에 대한 비대면 진료와 의약품 배송을 하지 못한다. 낡은 규제가 신산업 성장을 막는 사례다.” 경제계가 낡은 규제를 풀어 달라고 국회에 공식 건의했다.

경제계는 또 해외 투기 펀드가 국내 기업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할 우려가 있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부담 법안은 신중하고 합리적 대안 입법을 요청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의 리포트'를 국회에 제출하고 11개 신중 입법, 27개 조속 입법 등 38개 입법 과제를 건의했다. 상의는 21대 국회가 열린 지난 6월 1일부터 8월 말까지 3개월 동안 '기업부담법안'으로 분류된 법안 발의 건수가 20대 같은 기간보다 약 40% 많은 284건에 이른다며 신중한 입법을 당부했다.

상의가 꼽은 시급한 입법 현안 가운데 하나는 미래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낡은 법제도다. 자율주행 배달로봇 등 자율주행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도로교통법 개정이 필요하다. 대규모 산업시설을 드론으로 관제하기 위해 항공안전법을 고쳐야 하고, 5세대(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융합 산업을 확대하려면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영상촬영기기 개념을 '일정공간 고정형'에서 이동형까지 포함해야 한다.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이 가능하려면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이 요구된다.

상의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대표 법안으로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담은 상법 및 상장회사법제·개정안을 지목했다.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면 대주주 의결권이 3% 이내로 제한되는 동시에 외부에서 감사위원을 이사회에 진출시키는 길이 열리면서 사측 방어권이 제약받는다는 것이다.

내부거래 규제를 확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지주회사 소속기업 간 거래는 예외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상의는 코로나19 피해 극복에 국회가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상반기에 종료된 개별소비세 70% 감면을 연장하고, 면세점 특허수수료를 한시 감면하는 등 피해 큰 업종 중심으로 지원을 연장하거나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공기 취득세 및 재산세 면제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국회가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건의했다. 코로나19로 유급휴가를 시행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 공제를 신설하고, 국내 유턴 기업 인정 기준을 확대하는 지원제도도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9년째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서는 더 미룰 여유가 없다며 처리를 당부했다.

이 법안은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조직구성, 창업·R&D 지원, 관련규제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규정한 법안이지만 그동안 의료 분야 포함여부를 둘러싼 논쟁으로 제정이 미뤄지고 있다. 상의는 법 제정에는 여야 모두 공감하는 만큼 의료분야 등 개별업종을 열거하지 말고 네거티브 형식으로 조속히 입법한 후, 의료 분야 적용여부는 이후 정책수립단계에서 별도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박용만 상의 회장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은 생사 절벽에서 발버둥치고 있는데 정치권은 경제에 눈과 귀를 닫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면서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 등과 관련해 기업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정부나 정당·기업 모두 무조건 된다, 안 된다는 입장만 내세우면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합리 대안은 무엇인지, 예상되는 부작용은 무엇인지 검토하고 진지하게 토론해서 결론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