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계연구원(원장 박상진)이 나방눈 구조와 벌레잡이통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오염물은 튕겨내면서 상처는 스스로 회복하는 '자기회복 가능 자기세정 유리'를 개발했다.
임현의 나노융합장비연구부장 연구팀이 이진기 성균관대 교수팀과 함께 기술을 개발했다. 나노유리 표면에 파라핀을 코팅해 오염물질을 튕겨내고, 빛 반사를 줄이며 열전달을 더디게 하는 태양전지용 커버 유리를 만들었다. 더불어 흠집이 생겨도 태양열로 저절로 회복되는 다기능 나노 유리 개발 성과를 거뒀다.
연구팀은 미끄러운 표면을 이용하는 벌레잡이통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벌레잡이통풀 표면은 다공성 구조에 기름이 칠해져 있어 벌레가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한다. 먼지나 오염물도 표면에 묻지 않고 미끄러지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기름이 오염물질이나 빗물로 씻겨 내려가면 자기세정 기능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고체윤활제인 파라핀을 이용해 유리 표면을 코팅했다. 파라핀은 반투명하면서도 물과 반응하지 않으며 열전도율이 낮다. 또 녹는점도 46∼68도 수준으로, 태양열에 의해 녹았다 굳기를 반복한다. 이 특성을 반사방지 나노구조와 결합시켜 오염방지와 결로 방지, 자기회복 기능을 극대화했다.
이번 개발 유리는 세정과정에서 파라핀이 훼손되더라도 태양에 5분 정도만 노출되면 파라핀이 녹았다가 다시 굳으면서 상처 난 부분까지 다시 함께 코팅된다.
또 나노 구조물 사이의 공기층과 열전도율이 낮은 파라핀층 특성으로 겨울철에도 유리 위에 얼음이 잘 생기지 않고, 얼음이 생기더라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임현의 부장은 “이번 연구는 기존 초발수 표면이나 유체윤활제를 활용한 미끄럼 표면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며 “향후 자기 세정이 가능한 태양전지 분야에 활용돼 먼지나 얼음으로 에너지 생성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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