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까지 나왔지만, 보험사 활용 여전히 '안갯속'

의료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까지 나왔지만, 보험사 활용 여전히 '안갯속'

데이터 3법이 개정되고 후속 조치로 가명처리 가이드라인이 나오고 있지만, 보험사의 활용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험사와 인슈어테크사들이 의료정보를 활용한 헬스케어를 빠르게 성장시키고 있지만, 우리는 이런 정보 수집·활용에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보험사에 가명 처리된 의료데이터 제공을 금지하는 내용은 없지만,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의료계가 난색을 보이면서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복지부가 지난달 25일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이후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이달 개인정보보호법 등 개정된 데이터 3법 내용이 반영된 '개인정보 보호법 해설서' 초안을 사전 공개했다. 정부가 의견수렴을 실시하고 있지만, 보험사 의료데이터 활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실제 개보위가 최근 발표한 개인정보보호법 해설의 '가명정보의 처리에 관한 특례'에 따르면 개발과 실증, 기초 연구, 응용 연구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 개발 등 산업적 목적 및 민간 투자 연구를 위해 가명처리된 의료데이터 사용이 가능하다는 과학적 연구 예가 포함돼 있다.

예시로는 보험사기 자동 탐지시스템 개발을 위한 10년간 보험사기 사례 관련 청구금액이나 시점과 방법, 유사청구 반복 여부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헬스케어를 목적으로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맥박이나 운동량, 수면기간 등에 성별과 연령, 체중 등을 가명 처리해 활용 가능하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사실상 가명 처리된 의료데이터 사용이 불가하다는 주장이다. 복지부와 의료계가 연구 목적을 벗어나 보험사 등이 영리 목적으로 의료데이터를 활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명 처리된 의료데이터를 제공받기 위해선 복지부 내 내부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이미 한 차례 반려된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개보위가 발표한 개인정보 보호법 해설을 보면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 등 산업적 목적, 민간 투자 연구에 가명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과학적 연구 사례가 있다”면서 “법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의료 가명정보를 제공받기 위해선 내심위를 통과해야 하는데 복지부와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런 입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감지됐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내 의료데이터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에 “(법상)현재도 가능하다, 하지만 의료데이터 이용에 대해 부정적인 것들이 있다”면서 “(의료데이터가)상업적으로 활용, 민간업체가 상업적으로만 활용하거나 가명정보가 재식별될 경우 상당한 데미지가 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데이터3법 개정 취지에 따라 의료데이터 역시 가명정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가명정보 개념의 도입 취지, 민감정보에 대한 엄격한 규제의 취지, 관련 법령의 체계적 해석에 비춰볼 때, '가명처리된 민감정보'도 '가명정보'로 보고 이에 관한 특례를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 “가명처리의 안전성을 제고하고 위반시 엄격한 제재를 부과함으로써 가명정보 재식별 등이 불가하도록 하는 노력이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