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제 샌드박스 활용 폭 넓혀야

지난해 1월부터 본격 시행된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 제도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과 활용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9일 산업융합규제특례심의위원회는 2020년 제4차 회의를 열고 10건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이번에 의결된 안건은 대부분 '한국형 뉴딜' 관련 안건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활용 사업, 수소전기트램, 통합형 수소충전소 등은 그린 뉴딜과 관련된 안건이다. 또 지능형 디지털 발전소, 스마트 주차로봇, 자율주행 순찰로봇 등은 디지털 뉴딜과 연계된다.

전기차 배터리 활용 사업은 배터리 업체, 자동차 업체, 서비스 업체가 협력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 사례다. 현대글로비스, 현대자동차, LG화학 등이 실증특례를 받아 전기차 배터리 활용 사업에 대한 규제를 2년 동안 면제 받는다. 현행 규제로는 전기차 폐차 시 배터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해야 하고, 재사용 가치나 성능·안전성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이번에 실증특례를 받은 업체들의 결과를 바탕으로 법·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또 이번 사례는 업종을 망라한 '연대와 협력'이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산업전략 관점에서도 의미 있는 모델이다. 제조업 활력을 제고하고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기 위한 한국형 뉴딜의 주요한 실행 도구로 규제 샌드박스가 활용된 셈이다.

특히 올해 들어 산업융합촉진법에 바탕을 둔 규제 샌드박스 승인 건수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45건의 신제품과 서비스가 실증특례, 임시허가, 적극행정을 통해 시장에 출시됐다. 이 같은 실적은 이미 지난해의 39건을 뛰어넘은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에 대한 산업계의 이해와 요구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도 온라인·비대면 수요가 급증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에 대한 요구가 증대됨으로써 규제 샌드박스 역할이 막중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덧붙여 규제 샌드박스는 승인 건수도 중요하지만 후속 작업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