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과 패션 부문 대기업의 스타트업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비대면 소비가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오프라인 기반으로 성장한 대기업이 온라인 영역을 구축한 스타트업 플랫폼 입점을 서두르고 있다.
대기업 계열 편의점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요기요에 이어 배달의민족 입점을 타진하고 있다. 소비 무게추가 비대면으로 전환하면서 늘어난 배달 시장에서 새 활로를 찾기 위해서다. 지난해 편의점 CU를 시작으로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대형 편의점 모두 요기요에 입점했다. 편의점 배달서비스를 시행하지 않는 배달의민족은 입점 거부를 놓고 편의점 경영주 단체와 갈등까지 빚었다. 서비스 시작 10년 만에 대기업들이 입점을 간절히 원하는 플랫폼이 됐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스타트업 플랫폼과의 협업에 나섰다. AK플라자와 롯데마트는 라이브커머스 스타트업 '그립(GRIP)'에 입점, 라이브방송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직접 나서기보다는 먼저 인지도와 지배력을 확보한 그립의 라이브커머스 고객망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패션 계열 대기업도 온라인 판로 개척을 위해 무신사 입점을 택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오이아우어와 엠비오, LF의 던스트, 질스튜어트 스포츠 뉴욕,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스튜디오 톰보이와 쥬시꾸뛰르 등 대기업 패션 브랜드가 무신사에 정식 입점했다. 백화점 등 오프라인 판매와 자사몰 중심에서 벗어나 미래 핵심 고객층인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가 주로 찾는 스타트업 플랫폼에서 기회를 노린다.
가시 성과도 나타났다. 편의점 CU는 지난해 4월 요기요 배달서비스 도입 후 1년 동안 이용 건수가 10배 증가했다. 최근 성장세도 가파르다. 월 2회 이상 이용하는 충성 고객 비중도 기존 20%대에서 42%까지 약 2배 늘었다. 패션업계도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가 매출 성과를 꾸준히 높이고 있는 점이 협업의 주된 이유다. 실적이 부진한 패션 대기업과 달리 무신사도 고속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무신사의 올 상반기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 증가했다. 반면에 같은 기간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매출이 두 자릿수로 줄고, 영업손실 30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상반기 영업이익이 78.5% 줄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남성복 엠비오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하면서 판매처로 자사몰 SSF샵과 무신사를 택했다. LF도 헤지스 피츠를 독립 브랜드로 선보이면서 LF몰 외 무신사 입점으로 시장 연착륙을 모색했다. 온라인 브랜드 성공을 위해서는 MZ세대가 찾는 스타트업 플랫폼 입점이 필요한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 업계 관계자는 20일 “패션 대기업이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출시하거나 유통 채널을 전환하는 등 무신사 입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자체 플랫폼보다는 시장 대응에 빠르고 확고한 MZ세대 고객층을 보유한 스타트업 채널에 입점하는 것이 운영 측면에선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