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원자력 안전규제 검증기술 개발사업이 낮은 경제적 타당성을 받았음에도 시행된다. 경제성 평가와 달리 예비타당성 조사 최종단계인 분석적 계층화(AHP) 검토에서 사업 시행 선호도가 높게 나온 까닭이다. 월성 1호기 관련 감사원이 경제성이 낮게 평가됐다고 발표한 가운데 안전규제 분야 등 원전 전반에 경제성 비중이 축소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실시한 2019년도 원자력 안전규제 검증기술 고도화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해당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B/C)이 0.56에 불과했다고 21일 밝혔다. 1000원을 투자하면 560원의 경제적 편익이 나온다는 뜻이다. 보통 1이 넘어가야 경제적 편익이 있다고 분석된다.
해당 사업은 당초 2021년부터 2026년까지 6년간 3605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연구개발(R&D) 사업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KISTEP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행한 결과 경제 타당성이 0.28로 낮게 나타났다. 성과지표 미흡, 총사업비 설정 근거 미흡 등 다양한 문제를 드러냈다.
때문에 총사업비를 1813억원으로 절반가량 삭감했다. 규제 활용성이 낮은 분야를 배제하는 등 사업을 조정했다. 그럼에도 최종 비용대편익분석(B/C)은 1을 넘지 못하고 0.56이 나왔다. 최종 보고서에는 경제적 타당성이 개선됐지만 투자효율성 관점에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술됐다.
사업의 추진 근거는 사업 시행 0.710을 기록한 AHP 종합평점이다. AHP 검토에는 경제성과 함께 과학기술·정책적 검토가 평가에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AHP 0.5 이상이면 타당성이 인정된다. 결과적으로 과학기술 평가와 정책 평가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아 사업 추진이 결정됐다. 각 평가별 가중치는 과학기술(0.457), 정책(0.435), 경제성(0.108)으로, 경제성 비중이 가장 낮았다.
KISTEP 예비타당성조사센터 관계자는 “원자력 안전과 관련된 규제는 국가가 아니면 할 수 없다.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규제 수준과 방법, 우회 또는 방지하는 방식을 검증하고, 표준화된 기준을 만들어 산업계가 따라오게끔 만들어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자력 폐기물, 저장 , 운반 등 관련해서 풀어야 할 것들이 많다. 이런 것을 검증하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 측은 원전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제 고도화를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맞춰 진행하면서 관련 산업계 부담 요인을 키울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책적 평가에 정부 에너지 중장기계획과의 부합성 항목이 있는 만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안전규제 고도화 사업의 명분이 원전 해체 등 새롭게 등장하는 원자력 안전현안 대응에 있지만 정작 원인은 주요 R&D 사업 일몰로 민간주도 연구 추진이 어렵게 된 데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의원은 “과학기술 평가와 정책 평가도 중요하지만 경제성이 너무 낮게 나온다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인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인해 사업이 강행됐다”면서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에 제대로 된 평가 기준이 없다. 예비타당성 조사에도 과락 제도를 도입해 최소한의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