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은 특유의 촌철살인으로 삼성 경영의 초석이 될 만한 다양한 어록을 많이 남겼다. 이건희 회장은 늘 위기를 먼저 진단했다.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다양한 어록은 삼성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캠핀스키 호텔. 한적한 시 외곽의 이 호텔에서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역사를 바꾼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했다.
이날 이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압축되는 신경영 선언을 했다.
이 회장은 “모든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한다. 모든 변화의 원점에는 나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변화의 방향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도 촉구했다.
이 회장은 “출근부 찍지 말고 없애라. 집이든 어디에서든 생각만 있으면 된다. 구태여 회사에서만 할 필요 없다”면서 “6개월 밤을 새워서 일하다가 6개월 놀아도 좋다. 논다고 평가하면 안 된다. 놀아도 제대로 놀아라”라고 말했다.
그는 늘 위기를 강조하며 거듭 변화를 촉구했다.
이 회장은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할 때도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고인은 정치권에 대한 직언도 거리낌 없이 했다. 1995년 중국 베이징 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이 회장은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말했다.
늘 기업의 인재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2002년 6월 인재 전략 사장단 워크숍에서 “200~300년 전에는 10만~20만명이 군주와 왕족을 먹여 살렸지만 21세기는 탁월한 한 명의 천재가 10만~20만명의 직원을 먹여 살린다”고 말했다.
2003년 5월 사장단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선 “인재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사과나무를 심어야한다”고 했다.
2012년 여성 승진자 오찬에서 이 회장은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회사와 나라의 손해”라고 발언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