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은 선대 이병철 회장의 사업보국 정신을 이어 받아 삼성을 세계 일류 기업으로 키웠다. 특히 TV, 반도체, 스마트폰 등 전자산업 핵심 제품과 부품을 명실 공히 세계 1위 자리로 키우는데 앞장섰다는 평가다.
삼성이 IT 산업 모태인 반도체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아무도 삼성이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오를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1974년 “TV 하나도 제대로 못 만들면서, 최첨단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 “미국 일본보다 20~30년 뒤처는데, 따라가기나 하겠는가?”하는 반응이 나왔다. 이건희 회장이 파산 직전 한국반도체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이 이랬다.
지금이야 반도체 하면 '삼성'을 떠올리지만 그때만 해도 한국반도체 인수는 말도 안 되는 공상과 같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언제까지 그들의 기술 속국이어야 하겠습니까? 기술 식민지에서 벗어나는 일, 삼성이 나서야지요. 제 사재를 보태겠습니다”라며 반도체 사업을 키워냈다.
1986년 7월 삼성은 1메가 D램을 생산하면서 반도체 산업을 본격 꽃 피우기 시작했다. 삼성은 64메가 D램 개발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한 데 이어 생산량을 늘리며 시장 점유율도 1위를 기록했다.
반도체 성공에 휴대폰 애니콜 신화가 뒤를 이어받았다. '신경영 선언' 이후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신수종 사업으로 휴대폰 사업을 예견했다.
이 회장은 당시 “반드시 1명당 1대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옵니다. 전화기를 중시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1995년 8월 마침내 애니콜은 세계 휴대폰 시장 1위인 모토로라를 제치고, 51.5% 점유율로 국내 정상에 올라섰다. 당시 대한민국은 모토로라가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였다.
14년 연속 세계 1위 TV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경쟁력도 이건희 회장 도전 정신에서 비롯됐다. 2006년 4월 당시, 세계 TV 시장에서 절대 뚫을 수 없는 벽으로 느껴졌던 일본 소니를 제치고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 1위에 처음 올라섰다. 2006년 보르도TV가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세계에서 300만대나 판매된 영향이 컸다. 35년 동안 철옹성이었던 소니를 무너뜨린 '삼성TV 세계 1위' 신화가 시작된 것이다.
TV 사업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삼성 내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는 부진한 사업부였지만 끊임없는 연구 개발과 혁신, 도전으로 2006년 이후 삼성 TV는 세계 시장에서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