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별세] 외신 긴급 타전..."삼성 세계 정상으로 키운 기업인"

2010년 CES에 방문해 3D 안경을 착용해보는 이건희 회장.
2010년 CES에 방문해 3D 안경을 착용해보는 이건희 회장.

25일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소식에 주요 외신들은 고인이 남긴 빛과 그림자를 상세히 조명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글로벌 기술 대기업을 일군 오점의 거인(tainted titan)'이라는 제목으로 이 회장 부고 기사를 내보냈다. 통신은 장문의 기사에서 이 회장의 발자취를 상세히 소개했다. 특히 그가 경영진에게 '끊임없는 위기의식'을 심어줘 “변화를 주도하고 자기만족을 배격하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 회장과 삼성이 “비판 세력 및 행동주의 주주들로부터 경제적 영향력 행사, 위계적이고 불투명한 지배구조, 가족 재산의 미심쩍은 이전 등으로 비난 받았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 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 회장이 “30여년 삼성을 이끌면서 이 회사를 한국을 넘어서는 글로벌 브랜드로 변모시켰다”고 평가했다. 또 “이 회장은 회사의 최대 개인 주주”라면서 “이를 아들이나 두 딸에게 이전하는 데는 한국의 상당한 상속세 때문에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회장에 대해 “삼성을 스마트폰, 텔레비전, 컴퓨터 칩의 글로벌 거인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른바 '재벌'라고 불리는 한국의 가족 기업 왕국이 그들의 영향력을 지키는 미심쩍은 방식들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 회장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보다는 제품의 품질 향상에 주력해온 점을 자세히 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 회장 별세 소식을 전하면서 고인이 회장으로 취임했던 1987년 당시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점유율을 자랑할 상품이 없었으나 “과감한 투자로 반도체나 휴대전화 등의 분야에서 세계 정상 기업으로 키워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고인이 회장에 취임한 이후부터 이재용 부회장에게 실질적인 경영권을 넘길 때까지 27년 사이 “삼성그룹 총매출액이 13조5000억원에서 334조원으로 25배가 됐다”며 '삼성 중흥의 시조'로 평가했다.

중국 언론들도 이 회장 별세 소식을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 해외망은 “삼성 이건희 회장이 향년 78세로 별세했다”고 전했다. 환구망은 한국 언론을 인용해 이 회장이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자택에서 쓰러진 뒤 6년 넘게 투병하다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국영 베트남뉴스통신(VNA)은 이 회장 별세 뉴스를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게시하며 “이 회장이 삼성을 전자와 보험, 조선, 건설 등 많은 분야에서 수십 개 계열사를 둔 한국 최대 기업으로 키웠다”고 전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