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종을 중심으로 주52시간 근무제 계도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공기 준수가 생명인 조선업 특성상 예외 연장 근로가 빈번하고, 숙련 인력 조달에 어려움이 큰 산업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근무 시간 단축으로 최대 월 33만원까지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신노동연구회와 공동으로 28일 '주52시간제, 중소기업의 현장 실태와 연착륙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중소기업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대응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에게 계도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는 조선업종 사례를 집중 조명했다. 조립 공정, 진수·안벽작업 등 연장근로가 빈번하고 시운전을 비롯한 장기 연속 공정 등 다양한 사례가 이어지는 조선업 특성 때문이다.
권혁 부산대 교수는 “조선업은 공기가 지연되는 경우 막대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근로자수가 생산수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경우 등 근로시간제한 예외를 인정하는 독일식 단기 특별연장근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 분석에 따르면 조선산업의 경우 건축업에 상응할 만큼 정확한 공기 준수가 요구된다. 공기를 지키지 못하면 막대한 지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숙련 인력 조달 역시 조선업계가 직면한 어려움으로 꼽혔다. 예컨대 수중함의 특수 직종인 무장, 음탐, 전자통신 분야는 인력이 부족할 경우 대체 인력을 찾기 어렵다. 시운전과 같은 필수 공정의 특수성도 있다. 수일 또는 수주에 걸쳐 시운전 근로를 지속해야 하는 특수선박의 경우 주52시간 근무제를 지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정 한국외대 교수는 고용노동부 데이터분석을 통해 선박건조·수리 등 조선업 협력사들은 공정 특성상 특정 기간 집중적인 노동력 투입이 필요하고 고객 주문에 따라 수주가 이뤄지기 때문에 근로시간 변화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근로시간단축으로 조선업 협력사 근로자 월임금은 △100~299인 사업장에서는 10.2%(33만원) △30~99인 사업장에서는 6.2%(19만5000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선업 현장을 대표해 참석한 정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상무는 “조선 산업은 노동집약적인 특성을 가지는데 불황으로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청장년층 취업기피로 인력수급에 어려움이 크다”면서 “생산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인력수급이 어려운 도장·사상·족장 등 직종 등만이라도 특별연장근로 예외직종으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러한 조선업계 애로사항을 바탕으로 정부에 주52시간 근무제 유예를 위한 추가적인 계도기간 부여를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서승원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며 계도기간이 부여됐지만 코로나 이슈로 중소기업들은 경영난 극복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코로나 극복 후 억눌린 수요가 폭발할 때 근로시간 제한으로 우리기업이 소외되지 않도록 올해 말로 종료되는 계도기간 연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