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설서버, AI 기술로 자동 탐지…증거 수집까지 '원스톱'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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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술이 불법 사설서버 단속에 활용된다. 사설서버 자동 탐지부터 수사기관 제출용 증거 수집까지 AI가 한 번에 지원한다.

AI 보안 기술 기업 AI스페라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발주한 '저작권 보호 및 이용활성화 기술 개발' 사업을 수주했다고 15일 밝혔다.

AI스페라는 AI 기술과 기계학습을 활용해 불법 사설서버를 자동 탐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한다. 이 시스템은 저작권 침해 점검 기술로 투입된다.

불법 사설서버는 게임사 지식재산권(IP)을 침해하는 고질적 문제로 지목된다. 역공학, 위·변조 등을 통해 인기 게임의 가짜 버전을 만든 뒤 이용자가 고가 아이템을 저렴한 가격에 써보도록 유인한다. 본인 인증 절차가 없기 때문에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게임물에 대한 청소년 이용을 차단하지도 않는다. 2017년 기준 불법 사설서버로 인한 게임사 피해액은 연간 1633억원으로 집계됐다.

K게임 해외 진출에도 불법 사설서버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게임을 해외 시장에 공식 출시하려면 각종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지에서 불법 사설서버를 통해 게임이 이미 유포되고 있으면 현지 게임 퍼블리셔(배급사)가 계약을 꺼린다. 오랜 투자와 연구개발(R&D)로 게임을 개발한 기업으로선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AI스페라는 게임사 저작권 보호를 위해 지난 7월 출시한 '파이텍션'을 활용한다. '파이텍션'은 이용자 규모, 운영기간 등 사설서버 정보를 통합 제공한다. 세계 모든 국가에서 운영 중인 사설서버를 대상으로 자연어처리(NLP)와 언어 번역을 적용한다. AI스페라가 보유한 인터넷프로토콜(IP) 주소 기반 사이버 위협 인텔리전스 시스템 '크리미널IP' 기술이 근간이다.

불법 사설서버 사이트와 홍보물, 게시글 등 수집된 정보는 실제 악성 여부 판단을 위해 마지막 단계에서 사람이 검수한다. AI스페라는 내년 중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이 절차까지 자동화할 예정이다. 기존에 직원 여러 명이 투입돼 일일이 검색으로 찾아야 했던 사설서버를 자동식별,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감축한다.

법적 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도 제공한다. 현재로선 피해를 입은 게임사가 수사기관에 신고한 뒤 대응하는 구조다. 때문에 증거 수집이 중요하다. 게임사는 증거를 활용해 사설서버 운영자에게 1차 이메일 경고장을 발송하고 무대응 시 법적 단계를 밟는다. 경고장 발송 역시 AI가 지원한다. 국제 공조가 가능한 국가는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에 접촉, 불법 사설서버 폐쇄까지 절차를 단순화할 수 있다.

'파이텍션'은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데모 버전을 제공한 상태다. 현재 국내 대형 게임사에서 '파이텍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수사기관에서 공식 도입하면 사설서버 운영자 검거가 쉬워지고 민간 게임사로선 자체 대응 역량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병탁 AI스페라 대표는 “사설서버는 한류게임과 국내 게임 산업을 좀먹는 저작권 침해 행위”라면서 “'파이텍션'을 통해 세계 수많은 사설서버를 자동 탐지·추적하고 저작권 침해 사이트를 탐지해 국내 게임 산업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