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관리로 생활화학제품 소비자 안전 챙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정과 사무실마다 소독제 사용이 늘고 있다. 잘못된 소독제 사용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일도 일어난다. 촛불을 켜둔 채 손소독제를 바르다 화상을 입거나 고온의 차안에서 폭발하는 사례도 있다. 소독제 내 알코올 성분이 촛불에 옮겨 붙은 것이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는 귀중한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생활 속 화학제품이 늘면서 화학제품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캐모포비아'다. 정부는 화학물질관리법과 화학물질등록평가법 등 기업을 상대로 한 화학물질관리제도와 함께 2019년부터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체계를 수립하고 관리를 본격화했다. 그 현황을 짚어봤다.

한국건설생활시험연구원(KCL) 직원이 기업에서 의뢰받은 생활화학제품 검사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국건설생활시험연구원(KCL) 직원이 기업에서 의뢰받은 생활화학제품 검사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한국건설생활시험연구원(KCL)은 환경부 의뢰를 받아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의 전기준 준수 여부를 시험하는 7개 시험기관 중 하나다. 세정제, 방향제, 탈취제 등 환경부가 지정한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 39개 가운데 31개 품목을 시험·분석한다. 살균제 성분 9개 품목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보다 까다로운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생활화학안전관리법에 따라 이들 생활화학 제품은 제조·수입·판매·유통을 위해서는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KCL 관계자는 “KCL은 생활화학제품 안전성을 검사하는 7개 기관 중 한 곳”이라며 “하루에도 20~30건가량 신규제품 검사 의뢰가 들어온다”고 전했다. 주로 세제 제품 의뢰가 많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손세정제, 소독제 제품 의뢰가 늘었다고 덧붙였다.

시험기관은 제조사나 수입사가 제품을 의뢰하면 세정제의 경우 비소 등 8종 함유 금지 물질이 포함됐는지를 분석한다. 또 함유물질도 사용방식이나 용량에 제한을 둔다. 폼알데하이드의 경우 일반 분사형의 1㎏당 60㎎이하로만 사용이 허용된다. 프로필렌글리콜은 35% 이하로 사용돼야 한다.

방향제의 경우 벤젠 등 5종의 사용이 금지됐다. 폼알데하이드는 ㎏당 12㎎이하로만 허용된다. 폼알데하이드는 무색 투명한 액체로 자극적이며 질식성의 냄새를 가지고 있는 물질이다. 흡입 시 목의 쉼, 출혈, 콧물분비 및 비강상피의 세포증식과 기저세포 과형성이 관찰되기도 한다.

인쇄용 잉크 토너에는 납 등 7종 물질이 함유금지 물질로 함됐다. 벤젠잉크는 ㎏당 17㎎ 이하, 토너는 ㎏당 5㎎ 이하로 사용해야 한다. 벤젠은 들이마시면 유해성이 있으며, 중추 신경계통의 기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 이를 담는 용기도 검사 대상이다.

깐깐한 관리로 생활화학제품 소비자 안전 챙긴다

환경부 관계자는 “2015년 화평법 시행과 함께 산업부와 식약처에서 관리하던 생활화학제품 일부를 환경부로 이관해 관리중”이라며 “지난해부터 생활화학제품도 안전관리 대상에 포함돼 신고와 승인절차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함유금지물질과 물질 함유량을 정하는 것은 가정, 사무실, 다중이용시설 등 일상 생활공간에서 사용되는 화학제품이 사람이나 환경에 직접 노출되면 위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등에서 모니터링 강화

생활화학제품 신고제도가 도입된 지 2년째로 접어들면서 하루에도 수백건 제품이 신고절차를 밟는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신고제품 현황을 보면 방향제가 1만781개로 가장 많고 초 1만713건, 세정제 2307건 등 2년 새 신고된 제품은 3만여건에 달한다. 해당 제품은 신고를 마치면 사용상 주의사항, 주요 성분 등을 담은 안내 문구를 포장에 표기해야 한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과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 영세기업까지 가세해 제품 관리에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다.

환경부 관계자는 “규모가 큰 대기업 중소기업은 제도에 대한 이해가 높지만 양초, 방향제, 세정제 등 생활화학제품은 영세한 곳에서 만드는 경우도 많다”며 “아직 제도 초기인 탓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깐깐한 관리로 생활화학제품 소비자 안전 챙긴다

실제 환경부는 부적합 유통사레를 적발해 생활환경안전정보시스템 '초록누리' 홈페이지에 게재한다. 이들 제품 가운데는 양초나 방향제, 붓페인트 등 1인기업이나 영세기업이 만드는 것이 많다. 주로 신고 절차를 알지 못하고 유통하는 사례다.

지난 7월에는 유해물질 함유기준을 초과했거나 안전확인·신고를 하지 않고 시중에 유통된 15개 품목, 134개 생활화학제품을 적발해 회수명령을 내린 바 있다.

◇영세 중소기업 컨설팅 지원도

정부는 생활화학 제품신고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추진한다.

환경부는 영세 중소기업이 생활화학제품 안전기준 시험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검사비를 지원한다.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이 소요되는 검사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320개사를 대상으로 시험검사비를 지원중이다.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를 이행할 수 있게 260개사에 컨설팅비도 지원한다. 검사비는 기업 당 연간 최대 70만원 한도로 지원받을 수 있다. 컨설팅은 제품 개선을 위한 제품 진단·개선, 안전관리 체계 마련 등을 포함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생활화학제품 관리는 가습기 살균제 사고나 잘못된 제품 사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영세 중소기업도 제품 신고에 차질이 없도록 홍보 강화는 물론 지원책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